내일 기자리포트 | ‘미세 플라스틱 공포증’
중구난방식 정책 ‘시장혼란’
2020-02-07 13:19:30 게재
대체할 물질 아직 없어
‘위해성’ 연구 초기 단계
‘물질 재활용’ 목표치 미비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그만큼 강렬하게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의 심각성이 뇌리에 박힌 거겠죠. 물론 이런 지각은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플라스틱은 20세기 과학이 개발한, 가장 획기적인 물질입니다.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만한 물질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몇백년이 지나야 썩는 내구성이 장점이 아닌 골칫덩이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전 세계가 ‘No Plastic’을 외치지만 속도가 생각만큼 빨리 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최근 플라스틱과 관련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감이 커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우선순위에 맞게 배정되었는지 잘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 연구팀이 ‘매주 1인당 신용카드 1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해서 학계에서도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세플라스틱 위해성이 밝혀졌다는 취지의 논문들도 대부분 실험실 수준의 연구입니다.
반대로 해산물을 통해 연간 최대 약 1만1000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 사람의 대변에서도 검출됐지만 소화관 상피세포를 통해 이동이 어려워 체내에 흡수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때문에 실험실에서의 인위적인 조건이 실제 환경조건을 반영하는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 크기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정의조차 통일되지 못한 상태죠. 환경부가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생활화학제품 내 미세플라스틱 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해성이 없다 단정하고,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물질 흐름 관리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플라스틱 사용 저감은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1회용 플라스틱 규제 지침을 통과시켰습니다. 3리터 이상 대용량 음료 용기를 만들 때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정하는 등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환경부 역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정교하게 사안을 보고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적인 예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들 수 있습니다.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를 겪은 뒤 환경부가 내놓은 중장기 대책입니다.
2018~2027년 물질재활용을 강조, 자원순환 사회를 만들어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하지만 물질재활용을 높이겠다는 슬로건과는 달리 정작 몇 %로 하겠다는 목표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게다가 물질재활용을 높이겠다는 말과 달리 에너지회수율을 16.3%에서 20.3%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치가 함께 들어있죠. 에너지회수율은 가연성폐기물 발생량 중 에너지화 된 폐기물의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태워버리겠다는 거죠.
사실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 처리 방안으로 열적 재활용 없이는 답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때문에 에너지회수 확대 방안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기본계획을 세울 때는 타이틀에 걸 맞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중구난방식 정책은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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