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쇼핑몰, 이제는 '재미'까지 갖춘다

2021-02-05 11:12:54 게재

김성문 심교언/무블출판사/2만원

모든 공간은 기획된다.

특히 상업시설은 동선, 물건의 위치 같은 눈에 띄는 구성에서부터 개방감 불편함 재미 향기 같은 비가시적 요소까지도 치밀하게 계획한다. 정교하게 깃든 건축학적, 심리학적 전략들을 복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업 공간이다.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슈퍼마켓이나 작은 점포도 마찬가지다.

새로 나온 책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는 심리학적, 건축학적, 마케팅적 관점에서 고객을 유혹해야 할 상업시설의 다양한 전략을 풀어놓았다. 상업시설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덕에 마케팅 건축 공간 기획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교양서로 읽을 수 있다.

공간 기획의 중요성

책을 통해 독자들은 공간 기획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삼성동 코엑스몰은 지하층에 만들어진 쇼핑센터다. 지하철 삼성역이나 봉은사역과 연결되는데 어떤 역에서 내리든 넓은 공개공지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 탁 트인 하늘과 햇살을 즐기노라면 어느새 여기가 지하라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쇼핑몰 입구를 통과할 때도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 덕에 삼성동 코엑스몰은 지하임에도 폐쇄적인 공간으로서의 단점을 극복한 쇼핑몰로 평가받는다. 합정역 인근의 메세나폴리스몰도 비슷한 구조다. 연결 통로를 빠져나오면 쇼핑몰 전체가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메세나폴리스몰을 만날 수 있다. 메세나폴리스몰의 경우 지하 1층이 실질적인 1층이다. 쇼핑몰의 맨 밑바닥층이 하늘까지 열려있어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거리의 상점가를 거니는 느낌이다.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 사진 연합뉴스


메세나폴리스몰의 경우 원래 지하 1층에 대형 마트가 계획돼 있었다. 기능이나 위상을 따질 때 실질적으로 1층이라고 했던 지하 1층에 예정됐던 것. 더욱이 대형 마트는 주 출입구나 다름없는 지하철역 연결통로 바로 앞에 배치돼 있었다. 지하 1층이 유일한 지하층인데다 층별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지하'라는 이유로 쓸모없는 공간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세나폴리스몰의 공간 계획 과정에 참여한 저자는 가장 먼저 대형 마트의 위치를 옮겼다. 실질적인 1층에 계획돼 있던 대형 마트 자리에는 공간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 수익형 매장들을 계획하고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새롭게 만들어넣기로 했다. 대형 마트는 지하 2층으로 옮겼다. 이를 위해 지하 2층에 있던 불필요한 공간인 주차장을 없앴다. 또한 대형 마트를 위해 지상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와 통로를 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익형 매장들 덕에 분양 수입이 3500억원 가량 늘어났으며 대형 마트도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다양한 공간을 느끼며 역동성과 활력을 느끼게 됐다.

물이 있는 풍경의 개방감

인공 구조물인 쇼핑몰은 자연 풍경 중 하나인 물이 있는 풍경을 구성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물의 양이 그리 많지 않더라도 건물 내외부에 분수 등 물이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사람들이 머물고 구매에까지 이르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는 개방감 때문이다. 주변 공간이 협소하더라도 물이 있으면 넓고 쾌적하며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고객들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쇼핑몰들은 다양한 장치를 한다. 1층 매장의 천장 높이를 다른 층들보다 훨씬 높게 만들어놓은 게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출입구 주변으로 보이드(건물 내부 중심에 위치한 열린 공간으로 위아래를 볼 수 있음)를 설치해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이드는 이제 막 건물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중앙부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여러 층에 마련된 상품이나 행사 등을 사람들에게 귀띔해 준다. 이후, 쇼핑몰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사람들은 개방감을 느껴 보이드로 모인 다음에는 다소 폐쇄적이지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보이드와는 다른 공간감을 가진 매장을 찾게 된다.

남자친구를 빌려주는 쇼핑몰

최근 상업 공간들은 공간 기획의 하나로 엔터테인먼트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더 이상 공간마다 차별화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미 요소를 공간에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더욱이 요즘 젊은이들은 재미를 위해 돈을 쓰고 상품을 구매하는 추세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재미를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쇼핑몰이 생겨났다.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할 목적으로 매장 바닥을 모두 유리로 마감했다. 유리는 위층에서만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유리 바닥을 걸으며 사람들은 짜릿함과 공포를 맛보게 된다. 놀이공원마다 하나씩 있는 '귀신의 집'을 사람들이 굳이 찾아가는 것과 같은 심리를 노렸다.

함께 쇼핑을 할 남자친구를 빌려주는 쇼핑몰도 생겨났다. 가방을 대신 들어주거나 사진을 찍어주고 쇼핑에 관한 간단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서비스들을 통해 고객이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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