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로부터 내 몸 지키기
'안 쓰고, 적게 쓰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벌어진 지 올해가 10년째다. 살균보존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피부와 호흡기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 사건은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세계적으로 약 10만여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중 일부만 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확인된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유해성이 없거나 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 10% 정도가 유해성이 있는데, 1000~2000종은 그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 암을 일으키거나 호르몬 교란으로 내분비계 장애를 가져오고, 만성질환과 간독성 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생활용품에는 많은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물티슈, 화장품, 치료용 연고, 바디크림 등 다양한 제품에 포함된 폴리에틸렌글리콜(PEC)이 있다.
화장품, 모발 관리 제품, 제약 산업에 방부제로 널리 사용되는 파라벤은 피부 자극, 발진, 피부염 또는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파라벤은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효과를 초래한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남성호르몬 감소와 생식기능을 저하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상황으로 급증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함유하는데 이는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며, 학용품과 가방 등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발암성 물질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 교수는 "독성이 강하거나 잔류성 물질은 관리 시스템이 있지만 사각지대는 새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라며 "이런 물질은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훨씬 큰 문제가 되는데 화학물질 등록이 안된 상태로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 관리를 더 강화해서 독성물질은 다 등록하도록 하고, 안전하지 않으면 유통할 수 없게 '노 데이타(No date), 노 마켓(No market)'을 목표로 관리해야 한다"며 "기업과 소통하면서 독성 정보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제공되도록 하고, 소비자들은 유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되도록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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