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1위' LG그룹 "일단 계열사 책임"
"민관합동 대책기구 구성을"
11일 밤, 지난 1월 13일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40대 노동자가 결국 2달 만에 사망했다.
지난 7년 동안 가장 많은 화학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LG그룹이다. 2014년 이후 화학물질안전원 및 언론에서 공개한 LG그룹 화학사고는 모두 17건으로 △LG디스플레이 5건(29%) △LG화학 10건 이상(59%) △기타 12%로 나타났다.
2015년 1월 12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30대 노동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는 화학물질안전원과 환경단체 자체 통계에 집계되지 않았다. 2016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LG그룹에서는 매해 화학사고가 났다. 전체 화학사고의 1/3 이상이 정부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정기검사를 유예해준 2020년에 발생했다.
2020년 4월 경북 구미 LG디스플레이에서 이송배관 중간에 있는 밸브 사이로 '수산화나트륨'(양잿물) 61리터가 누출돼 1명이 다쳤다. 한달도 안돼 같은 공장에서 화학물질 '메틸피롤리돈'을 옮기는 과정에서 잔류물이 날려 노동자 1명이 다쳤다.
2020년 6월 파주 LG디스플레이에서는 배관작업 중 밸브가 열리며 수산화나트륨 1리터가 누출돼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에도 화학물질 안전 대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1월 13일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배관 교체작업 중 액체상태의 세척제인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이 누출돼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LG그룹 화학사고의 특징은 배관 및 밸브와 관련한 화학물질 누출·화재사고가 전체의 60%인 9건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는 배관이나 밸브에서 누출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시설·설비 노후화와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일 LG디스플레이는 '4대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사업장 정밀 안전진단 △주요 위험작업의 내재화 △안전 환경 전문인력 육성 및 협력사 지원강화 △안전조직 권한 강화 등이다.
여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이번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화학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해마다 유사한 화학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일과건강,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은 3일 성명을 내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노동자 지역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대책기구를 구성해 제대로 된 조사와 해결책을 마련해야 국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늘 갖고 있고 향후 여러 가지 대책방안을 수립할 것"이라며 "일단은 각 계열사 CEO들이 책임 하에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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