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역전된 사례 보니 … '상대방 오만'에 따른 수혜였다

2021-04-06 11:24:11 게재

여론조사 정확도 높아져 민심 읽어내

샤이표심 선거장으로 끌어내는 게 핵심

과거의 선거 역전 드라마를 보면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역전이 아닌 역전'이 되기도 하고 선거 직전에 앞서간 후보가 상대방 표심을 결집시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당이 주로 제시하는 사례인 2010년 지방선거 오세훈-한명숙 대결로 되돌아가면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한 후보를 20%p 가까이 앞섰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오 후보가 47.73%의 득표율로 한 후보(46.83%)를 0.6%p 차이로 이겼다. 너무 벌어진 여론조사 격차를 보고 손을 놓고 있던 한 후보측에서는 생각보다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잘 하면 이길 수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016년 정세균-오세훈 후보가 대결한 20대 총선에서도 오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선 여론조사가 나왔으나 정 후보가 12%p 차이로 압승했다.
분주한 사전투표함 통합관제센터 |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두 사례 모두 여론조사 기법에 따른 여론조사의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된 게 아니라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잘못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원래 이기고 있었어" = 정세균 총리는 2018년 9월 28일 진행한 국회도서관의 국회의장 구술인터뷰에서 2016년 역전 당시 상황에 대해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에서 (오 후보에) 17.3%p를 지는 것으로 나와서 페이스북에 이거 엉터리다. 보여줄 테니 두고봐라(라고 했다)"며 "그 당시에 그 여론조사는 틀린 거라는 걸 알면서 공표를 한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할 때 안심, 휴대폰으로 해야 하는데 집전화로 한 것"이라며 "당에서 안심번호로 한 것은 제가 이기고 있었다"고 했다. "1만852표를 이겼는데 종로선거에서 가장 큰 차이"라며 "17.3%p 진다고 했는데 12.7%p 이겨서 30%p 오류가 난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여론조사 방식이 큰 오차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4일 cbs 라디오에 나와 "두 가지 이유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가 달랐었는데 하나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전화번호 정보가 없어 무선전화를 못 했던 때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안심번호가 2018년부터 도입되면서 이른바 커버리지 에러(coverage error)라고 하는 포함오차, 이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론조사의 오류가 최소화됐다면 여당의 바람대로 실제로 역전이 가능할까. 자신의 표심을 숨긴 유권자(샤이 보수, 샤이 진보)와 함께 '투표장에 들어가게 만드는 이유'로 투표하게 된 지지층들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당선증을 내던진 엄기영 후보 =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의 최문순-엄기영의 대결은 엄 후보의 '악수'들이 스스로 당선증을 놓치게 만든 사례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2011년 당시) 최문순, 엄기영 두 후보의 격차가 10%p나 났었는데 당시에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 사건 때문에 검찰에서 압수수색도 하고 이러면서 사실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어서 최문순 후보가 역전승했던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수차례의 강원도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해왔던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달리 해석했다.

그는 "당시 RDD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엄기영-최문순 후보의 격차는 4~5%p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엄 후보의 다소 굳어진 표정, 불법 콜센터 문제에 대한 책임 전가, 삼척 원전 유치 등이 막판에 민심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두 분석 모두 엄 후보의 자책골로 다잡은 당선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선거일 오후 6~8시에 당락 갈랐다 = 또다른 사례는 2019년 보궐선거인 여영국-강기윤 후보가 맞붙은 창원 성산 보궐선거다. 당시 7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1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여 후보가 10%p 내외의 차이로 뒤집었다. 최종결과는 여 후보가 45.76%로 강 후보(45.22%)를 0.54%p, 504표 차이로 이겼다. 안 대표는 "강 후보가 무난히 이길 선거였는데 막판 황교안-오세훈이 진보진영의 역린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면서 "선거일 18:00~20:00시 투표율 상승폭이 8%p로 보궐선거였던 19대 대선(4,5%)보다 두 배 가량 높았고 여 후보가 앞선 지역 평균 투표율(52.2%)이 강 후보가 앞선 지역 투표율(47.8%)을 크게 상회한 것이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9년 보궐선거였던 창원, 성산 이때 보수 표심이 많이 감춰져 있다가 당시에 여영국 후보를 강기윤 후보가 바짝 붙는 이런 투표 결과가 나타났었는데 그때 사실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쉽지 않은 여당의 역전 = 하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역전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0년, 2011년, 2016년 모두 현재와 여야가 정반대였다. 민주당이 야당으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심판론이 유권자 표심을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비등하다.

또 2018년부터 바뀐 여론조사 방식에 의해 정확도가 높아졌다. 열세의 추세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과 부산에서 재보궐선거를 만든 것도 민주당이다.

여당이 기대를 거는 것은 '샤이진보'다. 이 대표는 "열세 후보나 열세 정당의 표심은 늘 적게 나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지금 박영선 후보나 김영춘 후보가 열세후보이기 때문에 한 5%p 정도는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결정적인 것은 '여당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와야만 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 격차 20%p 내외인데 이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남은 이틀 동안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좀 두고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점입가경, 과유불급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며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5~10%p 가량 요동친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지층 투표 의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아무리 막강한 조직이라도 투표장에 나와야 보배"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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