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코로나와 디지털이 이룬 성적표

2021-05-24 12:32:44 게재
기업들 실적이 놀랍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라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593개 유가증권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결재무제표 작성 이래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최악을 맞이하던 경제가 갑자기 장밋빛으로 바뀌는 듯하다. 대기업들의 실적은 그렇게 여길만하다.

유가증권 상장사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9.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1.7%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88%에서 올해 8.25%로 크게 올랐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개선된 셈이다.

특히 이번에는 반도체 착시효과가 예전처럼 도드라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실적을 뺀 나머지 상장사 매출은 지난해보다 7.8%, 영업이익은 176.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3.1%에서 7.8%로 급증했다. 전체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인 실적이 좋을 때 업종별 명암은 더욱 두드러진다. ICT 관련 업종들은 성장세가 확연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플랫폼 대표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은 20%를 넘었다. 지난해 기저효과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통신 3사도 2017년 1분기 이후 두번째로 높은 7.8%를 기록했다. 가장 놀라운 실적을 보인 곳은 플랫폼 기업이다. 온라인 강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호실적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업종은 조선과 건설이다. 조선 3사 매출은 전년보다 매출이 1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고 건설 4사는 2500억원 줄었다. 조선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행인 점은 최근 선박수주가 늘고 있어서 다음 분기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사실이다. 정유업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조4000억원 늘었지만 매출은 10% 이상 줄었다. 유가등락에 좌우되는 산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처럼 ICT와 플랫폼 등 디지털 경제 성장성과 수익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산업 위주 한국경제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 지속성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경제적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소재와 장비에서 우위를 점한 일본에 맞설 만큼 기초과학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가격경쟁력을 따돌릴 정도의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은 우리가 뒤처졌다.

1분기 호실적에도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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