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의 기회 맞은 의료기기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액 '81.1%' 늘었다

2021-05-28 11:17:17 게재

첫 무역흑자 기록, 코로나19 검사시약 주도 … "국내 자급도 높이고 중소기업 지원도 강화"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만성질환자 급증, 그리고 대응책으로서 건강검진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의료기기 기술개발과 생산 증가 등 관련 산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국제 경쟁력은 미약하다. 게다가 기업규모에 따라 양극화도 심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세계대유행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진단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지난해 수출이 급증했다. 국내 의료기기의 장점이 국제적으로 선한 홍보로 이어지는 현상마저 일어나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해외진출 활로개척 지점도 넓어지고 있다. 의료기시장과 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관련 국가정책의 개선점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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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과 수출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세계대유행 속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시약이 주도했다. 반면 의료기기 수입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최저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2020년 동안 의료기기 생산액은 연평균 16%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은 10조1357억원이었다. 2019년 7조2793억원보다 39.2% 늘었고 2016년 5조6030억원의 두배 가깝게 성장했다.

수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3.3% 성장했다. 지난해 7조8314억원으로 2019년 4조3244억원 보다 81.1% 늘었다. 2016년 3조3869억원보다 2.3배 증가했다.

이런 지표는 코로나19 진단시약의 세계적 수요와 관련이 있다. 한국산 진단시약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의료기기 생산과 수출지표가 크게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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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액 상위 의료기기를 보면, 지난해 고위험성감염체 유전자검사시약이 1조4267억원 규모로 생산액 규모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이 시약은 5413억으로 생산규모 25위였다.

이어 지난해 고위험성감염체 면역검사시약이 1조428억원 규모로 생산돼 2위를 차지했다. 이 시약도 2019년 6402억으로 20위였다.

이런 생산지표는 국내 코로나19 진단 수요와 더불어 시약 수출에 기반한 것이다. 지난해 이 두 시약의 수출액은 각각 1856만달러, 1056만달러로 2019년 91만달러, 39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2019년 수출순위 8위 18위에서 지난해 1,2위를 차지했다.

◆생산액 10억 미만 업체 81% = 반면 수입은 지난해 6.5%(3784억원) 늘어나 무역흑자 규모가 2조6041억원으로 나타났다. 2004년 통계작업 시작 이후 첫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의료기기 무역수지는 5246억원 적자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자립도는 지난해 30.6%로 낮았다. 2019년 37.9%, 2016년 37.7%보다 되레 낮아졌다. 수입 의료기기가 국내 소비시장을 도맡았다.

지난해 수입액 상위 제품들로는 검체채취용도구(148만달러), 다초점인공수정체(105만달러), 초전도자석식 전신용 자기공명 전산화 단층촬영장치(97만달러), 관상동맥용 스텐트(95만달러), 인공신장기용 혈액여과기(92만달러) 등이었다,

이런 지표들을 낳은 국내 의료기기 생산업체는 지난해 3887개였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현황은 국제 경쟁력 갖춘 기업수가 적은 가운데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체 제조업체 가운데 총생산액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약 81%를 차지한다. 종사자수도 20명 미만업체가 3092개로 전체의 81.7%, 수입업체 2805개 가운데 2377개로 84.7%에 이른다. 200명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은 1.4%에 불과하다.

종사자수 300명 이상 의료기기업체(25개)가 전체 생산액의 20.4%를 차지하고 있다. 20명 미만 업체 대비 1인당 생산액(0.6억원)은 약 3.5배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기업계 상생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진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는 "이번에 국제 경쟁력이 확인된 체외진단기기와 같이 우리나라가 강한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헬스기기나 미용의료기기 등 업계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설자금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에서 진단용 의료기기의 생산과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산업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체적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도 부족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진단용 의료기기의 국산 점유율은 20% 내외로 매우 낮다. 국산품의 질 제고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진단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영상진단기기가 전체 생산액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기업은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전문기업인 삼성메디슨이 세계시장의 0.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잘 하는 분야 집중 지원해야 = 진단용 의료기기는 영상진단, 생체현상 계측, 체외진단 영역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국내 영상진단기기 분야는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의료영상 처리장치, 진단용 엑스선 장치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CT, MRI 등 고가의 첨단의료장비에 대한 국내 산업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현상 계측기기 분야는 환자의 신체상태를 감시하는 장치를 기본으로 한다. 글로벌 10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57.3%로 독과점 구조가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분야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에 아직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없다.

국내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환자감시장치가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체외진단기기는 미국과 유럽의 3대 기업이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영상진단기기와 마찬가지로 체외진단기기 대부분의 제품을 취급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국내기업은 아직 없다. 다만 최근 10년간 생산액 비중이 높은 기타혈액 분석장치/시약(혈당측정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분자진단의 전문인력이 빠르게 증가해 성장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한국의 진단키트가 주목을 받으면서 분자진단(유전자진단) 분야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주로 체외진단시약의 개발에 집중해 진단에 필요한 분석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조귀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신의료기술평가를 연계하여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면 바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식약처 등과 공동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한 내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각각 1개소씩 의료진들이 국산 의료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광역형 의료기기 트레이닝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지자체와 공동으로 설치해 국내의료기기 활성화 지원을 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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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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