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꺼낸 국민의힘 … 당 안팎 홍역에도 '여유'

2021-07-08 14:11:09 게재

이준석 "민주당, 이대남한테 얻어맞고도 목소리 안 들어"

"작은정부·정부효율화 측면에서 광범위한 국민지지 있을 것"

"해경 해체 생각나" "노이즈마케팅" "여가부가 자초" 엇갈려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을 일으킨 국민의힘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과 우려를 받고 있지만 표정이 여유롭다. 여가부를 때릴수록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크다는 속내가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문 대통령, 먹튀 포퓰리즘"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여가부 폐지가) 처음에는 선동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은정부론·정부효율화 측면에서 특임부처를 없애자는 측면으로 가면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여가부를 없앤다고 해서 여성을 적대시한다고 받아들이면 저는 정치를 굉장히 낮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는) 단순히 가족오락관처럼 여성팀·남성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정부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각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내야하는 대안이라고 본다"며 "통일부를 없애면 통일을 안하자는 얘기(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대남(20대남성)'들의 분노를 이용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 "오히려 민주당이 이대남한테 저렇게 얻어맞고도 저러는 거 보면 무슨 신념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대남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목소리는 왜 안 듣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별도 부처를 둘 필요가 없다"(유승민) "(여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젠더 갈등을 부추겨왔다"(하태경)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여성을 절대 소수자로 몰고 그에 따라 캠페인하는 방식은 15∼20년의 시행착오면 됐다"며 "대선 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유 의원은 안팎의 반발에 8일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내내 국민 편가르기를 해온 민주당이 분열의 정치를 거론할 자격은 없다"며 2017년 당시 여가부 확대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여성단체들의 표만 얻고는 양성평등은 커녕 젠더갈등만 부추겼으니 '먹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젠더갈등 부추겨" 비판 봇물 = 여권에서는 강한 반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여가부는 1998년 제정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2001년 김대중(DJ) 대통령님이 처음 만든 '여성부'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30대 초선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폐지 공약이 젠더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면서 "출발선이 다른 데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평등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여영국 대표는 "차라리 '젠더 갈등의 힘'으로 당명을 변경해라"고 하는가 하면 장혜영 의원은 "아무리 이준석 대표가 청년층 젠더 갈등을 이용해 재미를 보았다고 해도 중진들까지 편승하는 모습, 참 보기 흉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에도 이를 당론으로 가져가선 안된다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에서 보여준 (여가부의) 잘못된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혐오의 논의로 끌고 가는 움직임에 편승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이름을 '양성평등부' 등으로 바꿀 필요성은 있으나, 양성평등을 촉진할 부처나 제도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또 다른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문제는 해결책이 분노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해서 만들어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 때리면 이득이 크다? = 논란과 비판이 예상됨에도 이준석 대표와 일부 대선주자들이 여가부 폐지론의 불을 계속 지피는 데는 실보다 득이 크리라는 판단이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가부를 때림으로서 얻을 호응이,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반발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여가부가 그동안 실질적으로 여권 신장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무용론'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문 사건 등에 침묵했던 사건 등으로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받게 됐다는 점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 시절 만들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여권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여가부가 실제로 입지를 키우려면 굉장히 투쟁적이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그러지 못했다"며 "민주당으로서는 상징성 때문에 폐지에 절대 동의할 수 없고, 개선안을 내놔도 '그러면 20년 동안 너희는 뭐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여성계 관계자는 "여가부가 제 역할을 했느냐는 데 대해서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폐지론에 반대는 하겠지만 그 강도가 한결같이 높진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반대 시각도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는 "세월호참사 당시 해경을 해체했던 박근혜정부가 생각난다"며 "2020년 현재 여성전담 부서가 있는 나라가 191개. 장차관급 여성 관련 조직이 있는 국가가 137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젠더갈등 이면에는 청년빈곤이 자리하고 있는데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는) 이대남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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