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책임 공방에 묻힌 오세훈 취임 100일
"뒤에 숨어 정부 탓" vs "사과하라"
'오세훈 책임' 확산에 직접 팩트체크
"공방 대신 협치 리더십 발휘해야"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100일이 방역책임 공방에 묻혔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7일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무려 18.3%포인트 차로 누르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취임 한달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전임 시장 주요 사업을 뒤집는 관행에 선을 그었고 자신에게 주홍글씨를 새긴 무상급식 확대 제안도 '쿨하게' 받아 들였다. 오 시장 당선 1등 공신은 부동산 민심이다. 하지만 그는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급등 조짐이 일자 지지자들 비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추진 속도를 늦췄다.
오 시장의 결단이 빛난 대목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뒤집지 않은 것이다. 후보 시절 그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취임 후 사업 중단과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하지만 네 차례의 보고와 3차례의 현장 방문을 통해 오 시장은 사업 지속을 결정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수차례 회의에도 결론을 못 내리던 상황에서 어느날 오 시장이 최소한 관계자만 데리고 세종문화회관 옥상에 올랐다. 광화문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며 "오 시장이 거기서 40분 이상을 아무 말없이 광장을 내려다 보더라. 그 며칠 후 공사를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취임 한달과 달리 100일 풍경은 방역책임 공방으로 온통 뒤덮혔다. 서울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와 함께 서울시 책임론이 부상했다. 안철수 사람인 김도식 정무부시장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김 부시장이 오 시장측과 상의없이 내보낸 정부 비판·대통령 비난 메시지는 방역책임론을 정치 공방으로 몰고갔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부시장 뒤에 숨어 정부를 비판한다"며 오 시장을 향해 "4차대유행 정부 탓은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같은 시기 SNS에선 서울시가 역학조사TF를 해체하고 코로나 전담병원 예산지원을 중단했다는 등 오세훈 책임론이 번져갔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던 오 시장은 직접 대응에 나섰다. 정 전 총리를 향해 "나에게 미안할 정도로 사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과하라"고 되받았다. 자신과 서울시에 방역책임을 묻는 주장들은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조용히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팩트체크도 직접했다.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코로나19 서울시 방역대응과 관련한 가짜뉴스, 팩트를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서울형 상생방역에 대한 비판, 서울시 역학조사TF 해체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 비판은 여전했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의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정부에 비판이 몰리자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것은 그 일환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책임론은 정부로 향하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는 것이다.
오 시장이 정치판에 소환돼 공방에 휩싸일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델타변이가 촉발한 4차 대유행과 특히 좀처럼 줄지 않는 서울시 감염 상황에 대해 서울시민 뿐 아니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계 한 관계자는 "오 시장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고 긍정평가가 높아지는 순간은 다툴 때가 아니라 협치하고 문제해결 리더십을 보일 때"라며 "방역 빈틈을 찾아내고 폭염에 노출된 검사소 문제를 챙기는 등 대규모 감염 차단에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여의도와 정치권은 끊임없이 오 시장을 건드리고 정치판으로 소환하려 할 것"이라며 "본인 말처럼 '조용히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