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미중 상황 심상찮다"

2021-07-20 11:30:16 게재

모간스탠리 루치르 샤르마

글로벌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하지만 경제회복의 지속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간스탠리 수석전략가인 루치르 샤르마는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미국과 중국에서 경제호황의 강도와 길이를 의심할 만한 이유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르마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전세계 경제성장분의 1/3을 담당했다. 중국 경제성장이 1%p 하락하면 전세계 GDP(국내총생산)도 1/3%p 낮아진다. 때문에 중국이 경제를 옥죌 때 전세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현재 그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기술부문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 수년간 원자재와 제조업 등 구경제 산업부문이 부채와 부패 등과 연관되면서 신경제인 기술부문이 경제성장의 주 원동력으로 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GDP에서 디지털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4배 높아졌다. 현재 40% 안팎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 100억달러 이상 부를 가진 재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거의 50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국은 238명의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를 새롭게 배출했다. 2위 미국(110명 증가)의 2배가 넘는다. 그 부의 대부분은 기술 부문에서 발생했다.

기술부문에 대한 중국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은 독점을 봉쇄하기 위한 건전한 조치로, 또는 빅데이터를 통제하려는 국가적 노력으로 간주된다. 동시에 기술부문에서의 폭발적인 부의 증가와 이에 따른 불평등이 전례없는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혁명 초기 사회주의적 가치를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 대기업들은 그같은 노력에 도전과제를 던진다.

이같은 사정 캠페인은 과거 패턴을 따른다. 1990년대 초 주룽지 총리 때로 되돌아간다. 지난 40년 간 중국은 국가가 뒤로 빠지고 기업가들이 부를 쌓도록 풀어주면서 경제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명백히 과도하다고 여기는 때엔 정부가 개입해 경제를 통제했다. 부패나 부채, 불평등 심화 등이 확연해질 때다.

사정 캠페인은 종종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피해가 지나치게 커지기 전 중단됐다. 시진핑 주석 등극 당시인 8년 전 중국은 대규모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어 수많은 재계 거물들을 쓰러뜨렸다. 이들의 자리는 곧 기술부문 기업 거물들로 대체됐다.

샤르마는 "이번 경우 파장은 더 커 보인다. 디지털경제에 가해진 충격을 어떤 부문이 보상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도 명백해 보인다.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이후 중국 기술부문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3 하락했다. 금액으로 약 1조달러다. 새로운 기술유니콘들은 씨가 말랐다. 또 중국이 사정 드라이브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기술 거대기업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한 데다 '데이터는 곧 새로운 금'이라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2위 경제엔진이다. 지난 5년 동안 전세계 경제성장의 약 1/5를 책임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인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쌓아둔 2조5000억달러 저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완전히 재개방되면 막대한 저축이 소비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관점에서 그릇된 예상이라고 샤르마는 지적했다. 초과저축은 오직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들, 전쟁으로 불안해진 나라들에서 흥청망청 지출로 풀렸다는 것. 자국 통화가 곧 무가치해질 것을 두려워하면서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강제된 저축이 있던 마지막 시기는 2차세계대전 당시 배급제 상황에서였다. 하지만 미국은 승리했다. 샤르마는 "미국인들은 전후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대신 수년 동안 초과저축 지출을 억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상황과 현재는 비슷하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부양현금의 약 1/3만 지출했다. 나머지는 저축하거나 부채를 갚는 데 쓰고 있다. 새로운 델타 변종 바이러스는 조심스러운 소비 태도를 강화시킬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정부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접근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의 예산지출은 조만간 급감할 전망이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예산지출 드라이브 대체재로 미국 소비자의 강력한 소비 부양을 확신하고 있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가능성이 적다. 샤르마는 "부양책이라는 설탕이 사라지면, 성장동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성장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가 점멸하고 있다. 지난 몇해간 전세계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나라들이다. 샤르마는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냐 하는 논쟁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경제호황이 당초 기대보다 일시적일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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