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석열 정리' 발언 논란, 진실게임 치닫나

2021-08-18 11:03:12 게재

이 대표 녹취록 일부 공개 … 원희룡 "녹음파일 전체 공개"

원 "경준위, 후보 의견 취합 안 해 … 서병수, 아이디어 없어"

서 "토론, 후보 띄우기 이벤트 … 원, 만났지만 의견 내지 않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정리' 발언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질 조짐이다. '정리대상'으로 지목된 윤 예비후보 측이 아닌, 이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한 원희룡 예비후보가 전면에 나섰다. 그는 이 대표에게 자신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당 지도부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의 공정성에 대한 강도 높은 불신을 드러냈다.

◆원 "정리대상은 윤석열" = 원 후보는 1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는 저와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며 "이를 확인하면 대화의 흐름, 말이 이어지고 끊기는 맥락, 어감과 감정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긴급 기자회견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그는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한다. '곧 정리된다'는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17일 국회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원 후보와 최근 전화통화에서 '윤 후보가 정리될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주장에 대해 "(윤석열) 캠프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 중에서 곧 그런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 후보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녹취앱인 '클로바노트'로 정리된 당시 통화내용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녹취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저쪽(윤 후보측 추정)에서 입당 과정에서 그렇게 해가지고 이제 세게 세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연구원 내부 조사(여론조사 추정)하고 안 하겠느냐. 저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문장에서 언급된 '저거(저것)'이 무엇 혹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 됐다.

원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지난번 윤 전 총장과의 녹취록 파문에서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의 일부만 풀어 교묘히 뉘앙스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의 비상식적이고 위선적 행태를 타개하지 않고는 공정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이 자리에 섰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MBC 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 취지에 대해 "(윤석열 캠프) 내부 회의 내용이나 안 좋은 이야기들은 자기가 보고를 다받고 있고,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도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저건 곧 정리된다는 것"이라며 "저는 당연히 저거라는 것은 누굴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들 이야기를 들을 생각조차 없어" = 원 후보는 이날 이 대표와 함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의 공정성에도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시선집중'에서 서 위원장에 대해 "당대표 아이디어가 상당히 주입돼 있는 특정 인물"이라고 겨냥하며 "그 분이 그렇게 아이디어가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혀 후보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거나 들을 생각조차가 별로 없더라. 후보들 의견 취합도 안 하고"라며 "의견을 제기하면 귀 흘려들으면 이미 경준위 내에서 누가 결정했는지 모르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를 계속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서 위원장하고 이야기를 하면 다음 날 제가 이의제기했던 것을 거꾸로 그냥 못 박는 식으로 기정사실이라는 발표를 하고 이준석 대표랑도 통화하니까 그 다음 날인가 오히려 경선 일정과 규칙까지 다 발표를 해버렸다"고 덧붙였다.

◆"진실게임 가면 당 전체 악영향" = 원 후보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 및 측근들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실체도 없는 내용을 근거로 사적 대화를 외부에 공개해서 이야기한 것부터 이치에 맞지 않고 선을 넘은 것"이라며 "사실관계까지 다르게 호도하는 것이 대선후보로서 적절한 판단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원 후보를 두 번이나 만나고 식사도 했는데 일정 정도는 물어봤지 자신이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한 것은 전혀 없었다"며 "한 달 반 동안 12명의 위원들과 사무처 실무진들이 열심히 논의해 만든 아이디어를 어떻게 그렇게 깎아내리느냐"고 말했다.

토론회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선이 아니라 당내 후보 띄우기를 위한 이벤트의 일종이었다"며 "거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겉으로는 통화내용 논란이지만 본질은 대표와 후보들간의 주도권 줄다리기"라며 "이 논란이 누구 한 사람이 물러서지 않고 진실게임으로 흐를 경우 당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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