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통신비까지 얹어드립니다

2021-09-13 12:00:47 게재

금천구 '사랑의 PC' 지원사업

마을 미디어방·교육장 활용도

"화면도 크고 과제물 하기 편하겠어요." "그동안은 공부를 어떻게 했어? 휴대폰은 화면이 너무 작잖아." "친척 언니가 쓰던 노트북 얻었는데 고장도 잦고 와이파이도 잘 안되고 그랬어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공아파트. 유성훈 구청장이 최근 컴퓨터가 생긴 이 모(52)씨를 찾았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어찌 났는지 안부도 확인할 겸 방문했다. 구 누리집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새 소식과 일자리 정보 등을 전하는 문자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안내하는 그를 더 반긴 이는 대학 졸업반인 이씨의 딸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컴퓨터를 지원받은 가정을 찾아 구 누리집 회원가입과 각종 정보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금천구가 공공에서 사용하던 중고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 정보 취약계층에 보급하는 '사랑의 PC'로 주민들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과 원격 수업 등 비대면 영역이 확산되고 있는데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치는 '디지털 정보 불균형' 문제에 대처하는 사업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초기 비용이 부담이라고 판단, 기기와 통신망까지 지원한다.

사용연한이 다 된 행정용 컴퓨터를 활용하는 '사랑의 PC'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외양이 깨끗한 제품을 골라 소독하고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한 뒤 학습이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글 등을 설치한다. 데스크톱 컴퓨터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등을 준비해 방문, 주변 기기와 연결하는 서비스도 한다. 2년치 통신비도 무료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 외양만 닦아 전달하는 일부 지자체 사업과는 천양지차다. 금천구 역시 "곧 먹통이 될 걸 줬다"거나 "쓰레기를 버렸다"고 비판하는 주민들 반응에 해당 사업은 일찌감치 중단했다. 구 관계자는 "겉만 중고일 뿐 내부는 최신 사양이고 무상 수리도 지원,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발생하는 중고 컴퓨터는 100대 이상. 지난해 처음 업그레이드하면서는 21개 지역아동센터가 수혜를 봤다. 올해는 동에서 추천한 10가구에 독산1동 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5대까지 100대를 보급했다. 고령자 장애인 결혼이민자가 다수인데 아이들 학습용으로 이용하는 가정이 80곳으로 가장 많고 사회참여·소통 여가에 활용하거나 근로·구직활동에 이용한다는 가정이 뒤를 잇는다.

독산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정 모(60)씨네도 그중 하나다. 엄마에게 배정된 컴퓨터는 벌써 고등학교 2학년 아이 공부방에 자리를 잡았다. 정씨는 "지금껏 핸드폰으로 공부했는데 너무 좋은 걸 지원해주셨다고 감사해 한다"며 "사는 게 힘들어 컴퓨터도 못사줬는데 엄마가 못해준 걸 해주셨다"고 연신 허리를 숙였다.

공동체 공간에서는 본래 취지에 맞춰 십분 활용한다. 지난해 15대를 지원받은 한 지역아동센터는 컴퓨터 교육장을 자체 개설했고 금하마을은 5대를 활용해 마을미디어방을 운영하고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어린이를 위한 조기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천구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교육로봇 지원과 함께 온라인 교육과정 개설, 찾아가는 정보화 교육 등 다양한 방안을 이어갈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취약계층 정보 접근성을 강화해 디지털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며 "다양한 주민들 수요를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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