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길을 묻다│② 100년 먹거리 인공지능·양자기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술 퀀텀 점프' 온다

2021-10-21 11:24:17 게재

AI는 전기와 같은 '기술 중의 기술'

양자센서, 국방 의료 등 활용분야 많아

"한국, 시작 늦었지만 가능성 충분"

세계 각국은 전쟁에 가까운 산업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겨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경쟁력과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선진국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 내일신문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한 지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반도체·배터리경쟁력, 미래기술(인공지능·양자기술), 수출시장 3가지 측면으로 나눠 점검하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구글 양자컴퓨터 시카모어 프로세서 출처 : 구글 AI 블로그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은 우주개척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소련이 최초 우주인을 배출하며 치고 나가자 미국은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쏟아 부은 끝에 1969년 달에 최초로 인류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우주 관련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50여년이 지난 현재, 우주개척 경쟁 못지않은 기술패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개발 경쟁이다.

KIST는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스핀 큐비트 기술을 활용해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 KIST 제공


이 같은 경쟁은 양국이 AI와 양자기술 발전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선점한다면 경제는 물론이고 체제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미·중 AI경쟁 승리위해 국가역량 총동원 = 바이든 행정부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지난 3월 미국 첨단산업에 대한 종합진단과 정책제언을 담은 보고서에서 AI를 "2차산업혁명을 추동했던 전기와 같은 '기술 중의 기술(the field of fields)"이라며 "반도체 바이오 첨단네트워크 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범용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향후 10년 내에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NSCAI는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버넌스 인재 지식재산 반도체 기술동맹 등의 측면에서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NSCAI 의장인 에릭 슈미트는 보고서 서문에서 중국과의 AI 기술패권 경쟁을 경제·산업을 넘는 '가치의 경쟁'으로 규정하고 "향후 대결은 피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중차대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NSCAI의 보고서 이후 미국은 AI와 첨단산업 연구개발에 1000억달러(약 110조원)을 추가 배정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2019년부터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국 AI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2019년 6월 중커수광, 우시장난컴퓨터 테크놀로지 연구소 등 5개사를 미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른 거래 대상 통제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어 올 6월에는 톈진 파이티움 정보기술, 선웨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7개 중국 슈퍼컴 기업을 Entity List에 추가했다.

이 외에도 미국은 AI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6월 GPAI(인공지능 글로벌파트너십에 합류했다. 미국은 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년간 가입을 미뤄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유엔에서 AI 국제표준 정비를 시도하자 "중국 기술업체들이 안면인식과 감시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중국 AI 도입, 데이터에서 미국 앞서 =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관련 기술개발, 응용확산과 시장확대를 위한 정책을 중앙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2017년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에서 2030년경 글로벌 인공지능 선도국 지위 도달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 AI기술 경쟁력은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올해 미국·중국·EU의 AI 기술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AI 분야에서 미국이 아직은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이 일부 영역에서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발전 기반, 인재, 연구, 하드웨어 등 4개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은 도입과 데이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점수로 환산하면 미국은 44.6점, 중국은 32점으로 미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으나, 중국은 이미 EU를 넘어서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AI 채택 또는 시범 도입하고 있는 회사 수 측면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데이터 분야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비해 월등하다. 중국은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데이터를 정부가 직접 수집하거나 데이터 선도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데이터 활용 면에서도 미국에 앞서 있다.

한편 한국은 AI 기술 측면에서 미국 중국 EU와 비교해 최대 2년 이상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올해 '다중 인공지능 플랫폼'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80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유럽은 90, 중국은 88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술수준이 뒤져있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노력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개발민간전문가(PM)는 "미국이나 중국이 AI 기술에서 앞서있지만 생활이나 산업 모든 영역에 범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AI 개발은 아직 멀었다"며 "AI원팀과 같이 기업 출연연 대학 등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따라갈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산업경제분석 보고서에서 "미·중 간 기술갈등이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두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AI 분야에서 우리만의 강점을 찾고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절대 뚫리지 않는 양자암호기술 = 미국과 중국이 기술패권을 놓고 AI기술과 함께 전쟁을 치루는 분야가 양자기술이다.

양자는 물리량이 취할 수 있는 최소단위로 양자적 특성을 초고속연산, 보안 등에 활용하는 것이 양자기술이다. 양자기술 적용 분야로는 양자컴퓨팅 양자센서 양자정보통신 등이 있다.

양자정보기술이 사용하는 주요 양자 역학적 현상은 '중첩'과 '얽힘'이다. 중첩은 한 개의 입자가 동시에 모든 가능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즉 1과 0은 동시에 있을 수 없고 반드시 둘 중 한 가지 상태만 가능하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고, 1과 0 상태를 동시에 취하고 표현할 수 있다.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이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에 일어난 변화가 다른 입자에도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양자기술은 현재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라며 "양자기술이 발전하면 계산이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해킹이 가능했던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특성을 컴퓨터 연산에 활용한 것이 양자컴퓨팅이다. 양자의 중첩과 얽힘을 활용하면 일반 슈퍼컴퓨터가 몇만년 걸려 풀 문제를 단 몇분에 풀 수 있다. 구글이 2019년 NASA의 슈퍼컴퓨터가 1만년 동안 계산할 문제를 3분 20초 만에 계산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자기술 전문가들은 "디지털 컴퓨터가 아닌 양자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면 우리는 자연을 간접적으로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접 구현하게 된다"고 표현한다.

양자컴퓨팅에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구글 IBM 인텔 등 민간영역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양자암호통신은 빛 알갱이 '광자'를 이용해 해킹 위험이 없는 통신네트워크를 만드는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현재 상용화된 보안 암호체계는 짧은 시간에 뚫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양자암호통신이다.

양자암호통신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더 우위에 있는 양자컴퓨터 대신 방패 역할을 하는 양자통신에 먼저 주력했다. 미국으로부터 자국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자센싱, 스텔스기도 잡아낸다 = 양자컴퓨팅이나 양자암호통신에 비해 공개적인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양자센서는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다.

양자기술을 센서에 활용하면 현재 상용화된 장비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전류 자기장 중력변화 등을 감지할 수 있다. 현재 엄청난 크기의 의료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헬멧 크기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양자레이더를 개발하면 기존 레이더에 안잡히는 스텔스기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윤제 IITP 반도체양자 PM은 "미국이나 중국 등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국방이나 보안 등에 활용 가능한 양자센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양자기술은 현존하는 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난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이 한 발 앞서 있지만 양자기술 상용화 시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양자기술 개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2023년까지 445억원을 투자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등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IITP는 양자통신 양자센싱 양자컴퓨팅 등으로 구성된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이 2019년 10억8000만달러에서 2027년 55억9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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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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