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의회 '44조 예산전쟁' 개막
시의회, 집중검토 예산사업 11개 선정
"안심소득 예산, 모두 깎을 것" 선전포고
'협치 vs 단절' 가를 갈림길 될 듯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마치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간다. 오세훈표 예산안에 대한 양측 이견이 큰 만큼 44조원 서울시 예산안을 두고 오 시장과 시의회 간 진검승부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본격 예산 심사를 앞두고 '서울시 및 교육청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20억원이 넘는 99개 신규 사업(약 1조8157억원 규모)을 검토해 예산 낭비 사업 11개(1474억7546억원)를 꼽았다.
오 시장이 선거 당시부터 공약으로 삼았던 역점사업들이 주로 망라됐다. 기존 사업과 유사 또는 중복돼 혈세 낭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런, 뷰티도시 서울,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시의회는 '서울런'을 집중 지적했다. 행정사무감사 당시 민주당 시의원들은 "교과목 학습을 위해 사교육기관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이 실시하는 비대면 학습 멘토링, 랜선 야학 등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뷰티도시 서울 사업예산(43억5000만원)은 기존 서울시 사업에 이미 편성돼 있을 뿐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뷰티산업보다 이 재원으로 다른 신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오세훈표 복지실험인 안심소득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시의회는 "추첨으로 대상 가구를 선정하는 안심소득은 사실상 로또"라며 "오 시장의 대선공약용 사업으로 관련 예산을 모두 깎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오 시장과 서울시는 시의회 지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구조 격변을 몰고 온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정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시범사업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18일 시정질문 자리에서 안심소득을 비판하는 이병도 의원 질의에 "안심소득 500가구 실험이 필요없다는 시의회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지방채 발행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지방채 발행 자제하라는 오 시장의 주문이 향후 시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도시공원일몰제에 대비, 공원구역 내 사유지를 사들여 시민들 여가를 보장하는 사업에 앞으로 9년간 2조280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은 617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시의회는 "어차피 사들여야 할 땅이라면 땅값이 조금이라도 싼 현 시점에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매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오 시장 주문 때문에 예산이 축소된 것"이라며 "(지금)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임 시장 시절 시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면서 "지방채 발행은 미래세대의 빚"이라고 적은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시의회와 시는 예산안 삭감과 증액에서 각각 권한을 갖고 있다.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복구가 되지 않으며 시장은 재의요구를 할 수 없다. 서울시가 감액한 예산을 시의회가 증액하려면 오 시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현재 마을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운영 등 11개 사업에서 기존 예산을 삭감한 상태다.
한편 시의회는 오늘부터 예산 심사에 본격 돌입한다. 오늘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상임위별 심사가 진행되며 다음달 3일부터 15일까지는 예결위에서 막바지 심사 및 조율을 실시한다.
시의회 관계자는 "앞으로 한달이 협치와 대화 단절 등 오세훈 서울시 방향을 가르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