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일정 취소 뒤 칩거 … '패싱 논란'에 반발

2021-11-30 11:27:58 게재

윤 후보측 겨냥한 '시위' 해석

대표 사퇴설엔 "전혀 아니다"

"내달 말 선대위 시즌 2" 우려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가 공식출범도 하기 전부터 요동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합류를 놓고 극심한 권력다툼 양상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이준석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패싱 논란'에 반발하고 나섰다. 선대위 인선의 최종책임자인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이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30일 일정을 전면취소하고 자택에 칩거 중이다. 이 대표가 전날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긴 데 이어 이날 일정을 취소하면서 대표 또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 측근인사는 "일단 오늘은 일정을 취소하고 자택에서 쉬게 될 것"이라며 "(대표 사퇴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인사말하는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이 대표의 일정취소는 윤 후보와 윤 후보 측근들을 겨냥한 일종의 '시위'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보와 동행하는 지방방문 일정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못 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패싱'이고 두번째는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 이렇게 이간질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인선을 반대했지만, 윤 후보는 29일 이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에 발탁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근들이 자신들의 '측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윤 후보와 자신을 이간질하려는 것으로 보는 눈치다. 윤 후보 측근들이 이 대표를 윤 후보와 떼어놓기 위해 일부러 '이준석 패싱'을 저지른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 측근인사는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대선 캠페인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불참도 뼈아픈 대목이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 일부 측근이 '김종인 배제'를 주도했다고 본다. 윤석열캠프 출신 인사는 29일 "일부 측근들이 익명을 앞세워 연일 윤 후보와 김 전 비대위원장을 이간질하는 기사를 흘렸다"며 "김 전 비대위원장은 대선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데 일부 측근들 때문에 합류가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에 불참하면서 중도나 반문성향으로 분류되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권경애 변호사, 김경률 회계사의 선대위 합류도 불투명해지는 흐름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태근·윤희숙 전 의원의 합류 여부와 시기도 안갯속이다.

이 와중에 윤 후보와 측근들은 '김병준 원톱'을 앞세운 선대위의 얼개를 거의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상임선대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총괄본부장-실장-부실장 체계로 이뤄진다고 한다. 실장은 초재선의원들이 맡고, 부실장은 캠프나 외부인사들이 담당하게 된다. 캠프출신 인사는 "의원들에게 자리를 안배하는데만 신경 썼다가 실패했던 민주당 선대위와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0일 "이렇게 엉터리 선대위를 출범시켜 놓으면 나중에 후보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선대위를 새로 꾸릴 수밖에 없다"며 "내달 말이면 '선대위 시즌 2'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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