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개혁 효과 이제 검증시작, 금융당국은 벌써 완화 검토

2021-12-15 11:44:28 게재

"심층적 추가연구 필요"

금감원장 "기업부담 완화"

"회계부정, 제재수준 낮아"

"감사인 지정 확대, 기업 유동성 증가" 에서 이어짐

김 교수 등은 다만 회계제도 개혁의 핵심인 주기적 지정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자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예방적 지정'의 경우 표본의 대부분이 기업공개(IPO)에 해당하고 주기적 지정 사유는 2020년 221개 기업만 존재하기 때문에 분석결과가 IPO지정 사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감원장, 회계법인 CEO 간담회│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14일 회계법인 CEO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회계 감독업무 운영 방향과 최근 회계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금융감독원 제공


김 교수 등은 "주기적 지정제의 시장 효과 분석은 향후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며 "기업 차원 분석과 아울러 자본시장의 양적인 수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질적 수준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등에 따르면 2016년 감사인 지정을 받은 상장기업은 157개였지만 2020년 지정 기업은 918개로 급증했다.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전에는 대부분 IPO기업과 재무부실 기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21개 기업이 주기적 지정제 시행 이후 새롭게 지정감사를 받았다.

◆재무부실 직권지정 기업 급증 = 또한 재무부실과 지배구조 문제로 직권지정을 받은 기업들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 재무부실로 지정을 받은 기업은 20개였지만 지난해에는 384개로 급증했다.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지정은 2019년 41건에서 지난해 185건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지난해 '예방적 지정'은 307건, '교정적 지정'은 611건으로 두 가지 지정 사유 모두 크게 늘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외국의 대형 회계부정 스캔들로 휩싸인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직권 지정 대상인 점을 고려할 때 감사인 지정제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가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회계개혁법(Sarbanes-Oxley Act) 도입 후 1년차 28%, 2년차 83% 감사보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개혁 이후 감사보수가 증가했다며 기업들의 반발이 크지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신왕건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해소는 결국 할인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려해볼 필요성과 이번 회계제도 개혁을 계기로 비재무적 정보(ESG)의 품질을 높이는 제2차 회계개혁도 차분히 준비하고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운용사(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총괄이사는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대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법적 제재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회계제도 개혁 이후 감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의 강화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은 "IMD 순위 상승 외 자본시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외부감사는 기업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해주는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일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 기업의 감사인 선택권 확대 검토 = 한편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14일 회계법인 CEO와의 간담회에서 감사인지정에 대한 기업 부담 완화를 언급했다.

정 원장은 "지정감사 확대 등으로 인한 회사의 감사인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업에 동일군 내 감사인 재지정 요청권 부여 등 부담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감사인 선택권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사실상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선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감사인지정제도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회계제도 개혁이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개혁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회계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 보다는 다소 경감된 기준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정 원장은 "중소기업의 외부감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소규모 기업용 회계감사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히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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