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 주부·직장인·은퇴자에 인기 상승

자기계발 통해 '제2의 인생' 설계한다

2021-12-23 11:59:27 게재

온라인 강의로 시·공간 제약 없어 … 일반 대학에 없는 특수전공 개설

#1.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한 사이버대학 3학년으로 편입한 A씨는 2년 동안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 학부 수석을 차지하며 졸업식에서 총장상을 수상했다.

공공기관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며 학업을 이어간 그는 졸업 후 준비 과정을 거쳐 지방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경찰청 소속 전산직 공무원으로 다시 한 번 이직해 화제가 됐다.

한 사이버대학의 VR수업 광경.


#2. 고졸 출신인 직장인 B씨는 학력으로 인해 회사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이직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이력서 학력란 때문에 직장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다시 수능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가장인 그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B씨가 택한 대안은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학이었다. B씨는 열심히 공부해 사이버대학이 운영하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과정도 마쳤다.

자기계발을 하거나 학업 포트폴리오를 축적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은퇴자, 주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과 고용불안으로 자기계발에 나선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사이버대학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온라인으로 모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대의 수업은 정보통신기술, 멀티미디어기술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한 가상 공간에서 이뤄진다. 사이버대학에서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총장명의의 전문학사학위 또는 학사학위를 받는다.

국내 사이버대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상 '원격대학'에는 사이버대와 방송통신대가 포함됐다.

사이버대학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레포트 제출 등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진다.

반면 방송통신대학은 인터넷, TV, 라디오 등의 방송통신 매체를 이용해 수업을 듣는다. 다만,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지역별로 지정된 장소에 직접 가서 시험을 보거나 레포트를 제출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사이버대학들이 2022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에 나섰다. 고등교육법을 적용받는 4년제 사이버대학 17곳의 신·편입생 모집인원은 총 3만6372명이다. 이중 1학년 신입생은 1만6360명, 2학년 편입생은 3338명, 3학년 편입생은 1만6674명이다.

1차 원서접수는 대학별로 내년 1월 14일까지 진행되며, 상황에 따라 2·3차 추가 모집도 이뤄진다.

◆제2의 인생 준비 통로 = 사이버대학은 100% 온라인 수업으로 학·석사 학위뿐만 아니라 각종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은 물론이고 직장인, 주부, 은퇴자 등 다양한 연령층이 선호하고 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장점으로 사이버대학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샐러던트(salary-man +studen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경기불황과 고용불안에 따른 이직 가능성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경제가 전형적인 저성장형으로 진입한 데다가 자동화 등으로 저고용 구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사이버대학의 입학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내신 등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대신 적성검사 등 필수전형요소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 기타전형요소를 종합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수험생보다 30~40대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더 많이 지원하는 사이버대학 특성 때문이다.

사이버대학 졸업자는 대학원 진학과 외국대학 유학도 가능하다. 병역연기·학자금 융자 혜택, 등록금 소득공제 혜택 뿐 아니라 복수전공 수강, 조기졸업, 졸업 후 반복학습 서비스 등도 지원된다.

원대협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대학의 누적 졸업생 수는 33만명에 육박한다.

신규 등록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대 재학생 수는 △2018년 10만6677명 △2019년 11만358명 △2020년 11만6235명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모집난이 시작된 기존 오프라인 대학들의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에는 20~30대 재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원대협 자료에 따르면 재학생 중 40대 등록생이 25%로 가장 많지만, 20대와 30대를 합치면 40대 이하가 약 55%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직무역량을 갖추기 위해 사이버대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대협 관계자는 "최근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도 사이버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공계 관련 학과 개설이 늘어난 데다 수업의 질이 높아져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장년층도 사이버대학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성화학과에 주목하라 = 이런 추세에 맞춰 사이버대학들도 대학마다 학교 특색에 맞는 학과를 개설하고 있어 일반 대학에서 배우기 쉽지 않은 특수전공을 접할 수도 있다. 특히 고졸 신입생보다는 재교육을 받기 위한 직장인과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사이버대 특성상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진화해 나가고 있다.

서울사이버대의 경우, 올해 미래융합인재학부에 편성된 회화·공예전공과 통합건강관리전공, 국방융합학부에 편성된 국방기술전공을 신설했다. 또 웹·문예창작학과는 웹문예창작학과로, 소프트웨어융합전공을 AI·소프트웨어전공으로, 안전관리전공은 안전관리학과로, 국방융합관리전공은 국방관리전공으로 개편하거나 소속대학(학부)을 변경했다.

경희사이버대는 2021학년도에 뷰티·패션산업마케팅전공과 청소년가족전공을 신설한 데 이어 2022학년도에는 한국어문화학부와 자산관리학부를 신설·개편했다.

한양사이버대는 한양대와 교육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학계열 학과의 전공과목 공동 개발, 실험실습실 및 기자재 공동 활용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려사이버대는 최근 4차산업혁명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 경제와 교육 수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전자공학부, 기계제어공학부, 정보소프트웨어학부 등 첨단 공학 분야를 확대 개편했다.

세종사이버대는 올해 드론학과를 신설해 눈길을 끈다.

숭실사이버대는 인문예술학부 음악학과를 비롯해 융합자산관리학부 금융자산관리학과, ICT·도시인프라공학부 환경안전공학과 등 문화·경제·산업 등 학부별 세 개 전공을 신설하고 신규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커리큘럼 도입 및 인프라 확장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서울디지털대학은 통합적 예술치료를 선도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예술치료전공을 신설, 2022학년도에 첫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또한 사이버대학을 활용하면 각종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대학별로 학과에 따라 장애인재활상담사 등 국가자격증부터 상담심리사, 보육교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타 대학으로의 편입학 기회도 열려있다. 기존 대학 학위 등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편입학을 통해 오프라인 대학 4년 과정을 2~3년으로 줄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어떤 대학 선택해야 하나 = 사이버대학 선택 기준에서 학습 콘텐츠의 우수성은 기본이다. 각 대학 사이트를 방문하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살펴봐야 한다.

교육의 질에 대한 의심 때문에 사이버대학 진학을 망설였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고등교육법상 사이버대학을 찾고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 또 교육부 등에서 매년 발표하는 평가결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교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한 각 대학의 다양한 정보 수집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수한 대학을 선별할 수 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대안 = 한편 사이버대학이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이버대학 등록금은 학생이 수강하는 학점 수에 따라 달라진다. 총 등록금제인 오프라인 대학과는 다르며, 학점당 평균 수업료가 약 7만~8만원 수준이다. 한 학기 18학점 기준으로는 126만~144만원인 셈이다.

사이버대학 학생들은 교육부 예산지원을 받아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과 교육비 공제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학에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을 비롯해 봉사장학금, 생활보호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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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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