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에 쫓겨 밤샘작업 … 이천 화재 닮은꼴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안전 불감증 따른 '인재' 가능성
소방관 순직 … "반복되는 참사"
경기도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희생됐다. 준공을 불과 한 달여 남긴 공사현장에서 야간작업 중에 불이 나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로 의심된다. 이번 참사는 6개월 전 소방관 1명이 희생된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때와 흡사하다. 매번 대책을 내놓지만 반복되는 화재로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6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와 평택시 등에 따르면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5일 오후 11시 46분이다.
심야에 바닥 타설과 미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큰 불길이 잡히고 소방관들이 인명수색 등을 위해 진입했을 때 내부에는 LPG 가스통을 비롯한 용접 장비와 보온재가 다량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곳은 1년여 전인 2020년 12월 20일 붕괴사고가 발생, 5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한달 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시공사는 평택시에 별도의 준공 예정일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아 내달 20일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특히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책임준공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 규모가 연면적 19만9000㎡, 축구장 28개 크기에 달해 책임준공약정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지체상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장선 평택시장은 "현장 관계자들이 밤 작업을 하다 불이 났다면 무리한 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6월 17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참변과 닮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당시 어느 정도 큰 불이 잡힌 뒤 소방관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 인명수색과 진화작업에 나섰다가 갑자기 불길이 다시 치솟자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밖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당시 불길이 재확산된 이유는 창고에 가득 쌓인 가연물과 적재물에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평택 냉동창고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안전 불감증에 따른 참사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물류창고 관련 대형화재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8월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모두 '인재'였다. 소방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재현장에 드론이나 로봇을 먼저 투입해 내부를 확인하는 등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신고된 지 19시간여만인 6일 오후 7시 19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건물 2층에서 진화 및 인명 수색작업을 하던 구조대원 5명 중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50) 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 3명이 순식간에 치솟은 불길로 현장에 고립됐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소방서 소속의 나머지 대원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