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자극하고 조롱하고 … 역풍 우려되는 국민의힘 '입'

2022-02-10 11:23:23 게재

윤 후보 "집권시 적폐수사"

이 대표 "포기할 경우 철수"

여권지지층 결집 가능성 안 후보 "광고·유세차 계약"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이 넘친 때문일까. 국민의힘의 '입'이 거침 없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얘기다. 선두를 다투는 경쟁상대를 자극하거나 단일화 협상대상을 조롱하는 발언이 잇따른다. 막판으로 접어든 대선판에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장동 "재수사 되지 않겠나" = 윤 후보는 9일 집권하면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적폐수사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는 이용수 할머니│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할 거다" "현 정부 초기 때 수사 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서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건 보복인가"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또 대장동 사건을 겨냥해 "재수사가 되지 않겠나.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검사들이 수사한다면, 유동규씨가 다 했다고 볼 거냐는 거다. 권한을 가진 사람,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인데"라고 말했다. 자신이 집권하면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행동위'가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는 "이 정부(문재인정부)는 자기들이 김대중·노무현정부의 계승자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이 사기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선 "서로 신뢰하고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단일화 상대인 안 후보를 겨냥해 "국민의당이 과거에 비해 당원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비 수입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 사비로 내야하는데 그런 절차가 지금쯤이면 다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 정보로 판단해서 선거를 완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쪽이 선거를 진행하기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는 철수라고 한다"고 말했다.

◆안 "마음을 줄 수 없는 것" = 윤 후보와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윤 후보의 적폐수사와 문재인정권 사기 발언은 보수층 결집을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오히려 진보층 결집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적폐수사 발언이 '원론적 이야기'라는 입장이지만 듣는 여권 입장에서는 '위협'으로 들릴 법 하다. '위협' 받는 쪽은 위기감 속에 결집할 명분을 갖게 된다. 이 후보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친문과 호남이 윤 후보의 발언으로 인해 이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심기를 건든 것도 실점으로 꼽힌다.

윤 후보는 평소 문 대통령보다 측근들의 잘못으로 인해 정권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입장에선 우호적으로 들을만한 대목이었는데, 윤 후보의 이날 발언으로 청와대 심기가 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10일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은) 보수층 결집보다는 울고싶은 여권지지층의 뺨을 때린 효과를 낼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다. 안 후보 지지를 천명한 인명진 목사는 9일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나 (국민의힘) 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를 향해서 조롱하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자는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도 1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커피 한잔 발언과 관련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자신 위주로 하겠다는 말로 들려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정권교체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내 몸을 던졌는데 (국민의힘이) 나와 내 지지자에 대해 하는걸 보면 이건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안 후보는 10일 연합뉴스를 통해 "네이버 광고와 유세차 계약을 완료했다"며 "네이버의 경우 큰 당만큼은 아니지만 20억원 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철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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