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친문 · 윤석열과 친박 … 닮은듯, 다른 관계
친문은 문 대통령, 친박은 박 전 대통령 향한 '팬덤' 형성 닮은 꼴
친문 일부, 이 후보 '외면' … 이 "아픈 손가락" 읍소 통할지 주목
정권교체 절박한 친박, 차선책으로 윤 후보 선택 흐름 … TK 1위
친문(문재인)과 친박(박근혜)은 현직인 문 대통령과 전직인 박 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덤을 뜻한다. 전현직 대통령으로 엇갈린 이들 팬덤은 3.9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문은 친문대로, 친박은 친박대로 엇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외면? 미워도 다시한번? =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이 있다"며 "제게 정치적으로 가장 아픈 부분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안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2017년 경선, 지지율에 취해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과도하게 문재인 후보님을 비판했다. 두고두고 마음의 빚"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아직도 제가 흔쾌하지 않은 분들 계신 줄 안다. 그러나 제게 여러분이 아픈 손가락이듯 여러분도 저를 아픈 손가락으로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친문 지지세가 이 후보에게 온전히 모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 후보가 직접 친문을 겨냥한 구애에 나선 것이다. 조사방식이 달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43.4%)보다 이 후보 지지도(36.4%)가 낮은 결과(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18∼19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다수다. 집권 5년차에도 여전히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친문 일부가 이 후보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표가 아쉬운 이 후보로선 어떻게든 친문의 마음을 돌려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이 후보는 이날 "5월 노무현 대통령 13주기, 문 대통령과 손 잡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인사 드리고 싶다"며 감성에 호소했지만 친문이 마음의 문을 열지 미지수다.
물론 선거 막바지에 정권교체가 유력해지면 '진영 내 부동층'으로 꼽히는 친문이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며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 논란은 친문이 결집할 명분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친문 결집을 호소했다. 윤 의원은 23일 "이 후보가 20대 대통령이 돼 19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오는 5월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상처 난 아픈 손가락을 보지 마시고 5월 봉하마을 들판에 선 세 분의 대통령을 바라봐달라"며 이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박근혜의 '대선 언급' 주목 = 친박을 표방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지난 18일 "문재인정권의 정치보복 칼잡이 노릇을 한 윤석열 후보는 지금이라도 죄없는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윤 후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상당수는 '문재인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위해 차선책으로 윤 후보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문재인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바꾸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윤석열 카드'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66.3%(매일신문-데일리리서치, 18∼19일 조사)에 달하는 것도 그 증거로 꼽힌다.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대구 80.14%, 경북 80.82%)에는 못 미치지만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TK지역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22일 "윤 후보 인기가 박 대통령에게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TK에서는 정권교체 요구가 워낙 높기 때문에 결국 (윤 후보가) 80% 득표율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의 결집은 박 전 대통령 '입'에도 영향 받을 수 있다. 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4월쯤 대구 달성군 사저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언급을 내놓는다면 친박은 그 내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사면되자마자 정치전면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의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옥중편지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사면이 된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