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군비경쟁 격화, 여차하면 위험
닛케이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대만 등 최근 수년간 막대한 예산 국방비 책정"
닛케이아시아는 23일 "일본이 점차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주변국을 맞닥뜨리면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며 "만약 현실화된다면 195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영국 런던 소재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국방비로 2073억달러를 썼다. 아시아 지역 총 군비의 43%다. 미국은 같은 해 7540억달러로 중국을 훨씬 능가했지만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중국의 방위비는 3320억달러에 이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10년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에 발 맞춰 이 지역 군비지출이 2010~2020년 52.7% 상승했다. 이는 유럽의 14.4% 상승, 북미의 10.6% 하락과 대조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군비를 늘릴 전망이다. 주요국에 비해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의 국방비는 GDP의 1.23%에 불과했다. 미국은 GDP의 3.29%였다.
안보 전문가들은 아시아 군비경쟁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영토분쟁과 관련한 우발적 사건이 전쟁의 회오리를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세기 초 독일과 영국의 군비경쟁은 1차세계대전 원인 중 하나였다. 현대에 와선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군비경쟁이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정치학과 부교수인 총 자 이안(Chong Ja Ian)은 "그같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며 "1차세계대전 직전 수년간 군사력 증강, 동맹 이합집산으로 혼란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의 핵경쟁이 실제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리스크는 냉전 기간 내내 존재했다. 여러차례 전쟁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총 부교수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너무 심각했다. 핵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은 일촉즉발 상태였다"고 말했다.
미국 해군제독으로 16대 NATO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아시아의 군비경쟁이 가져올 전쟁 위협이 과소평가돼선 안된다"며 "그 어떤 잣대로 보더라도, 아시아 주요국들은 중대한 군비경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무기체제를 선제적으로 배치하고 실험하길 원하는 군부의 야심을 무시해선 안된다. 이는 대결의 시나리오와 오판을 낳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SIPRI에 따르면 중국 군비지출은 26년 연속 늘었다. 전례가 없는 장기간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로 중국이 국방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인민해방군은 전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다. 군인수가 200만명을 넘는다. 중국은 2021년 기준 약 3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는 2030년이면 중국의 핵탄두가 1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아시아 다른 국가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국방비 증가는 경제성장과 맞물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중국 군비지출은 GDP의 2%를 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대략 미국 대비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 전략상황 조사팀' 국장 후 보는 "군비지출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공세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중국은 대개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자연스럽게 군비지출이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 특히 중국은 선진무기 개발을 우선하고 있다. 이는 합리적 선택이다. 과거엔 군사력 개발보다 경제성장이 우선시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클레어몬트매케나 대학 교수인 민신페이는 "중국 공산당은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핵능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증강할 것"이라며 "미국은 핵전쟁으로 중국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지만, 중국은 현재 미국을 파괴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2027년 국방 현대화를 달성하고 2049년 인민해방군을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 중국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과 파워를 추월하는 시점으로 잡고있다.
일본
중국의 국방비 확대에 특히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부대신인 오니키 마코토는 중국이 일본에 가하는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들이 일본 주변에 포진해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국방력과 군사활동을 강화하는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다"며 "중국은 핵미사일 능력과 해상공중전 능력에 초점을 맞춰 군사력을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니키는 "중국 해안경비선이 반복적으로 일본 수역에 진입하고, 오키나와 인근 아마미 오시마 섬 수역에 중국 잠수함이 출몰한다. 또 러시아와 함께 일본 해안 근처에서 해군·공군 합동연습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본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활동을 지적했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2022회계연도에 일본은 역대 최대 국방비를 책정했다. 헌법 제9조 전쟁포기 조항에 묶여 일본은 오랫동안 군비지출을 GDP의 1% 안팎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당은 이를 2%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중국뿐 아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육상자위대 기지에서 북한의 잇따른 개량 로켓 발사시험을 거론하며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형 레일건을 개발하고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해 방어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추경을 활용해 정찰기와 수송기 등을 추가 구매할 방침이다.
오니키는 "북한은 핵탄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일본을 핵무기로 타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며 "일본은 적 기지를 타격하는 능력 확보 등의 옵션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적 기지 타격 능력 논쟁은 일본 내에서 민감한 주제다.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 캠페인'의 가와사키 아키라는 자민당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적 기지 타격 능력을 얻는 것은 헌법 9조의 핵심 원칙이자 뼈대인 '방위적 방어' 개념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미국은 중국의 군비지출 확대를 예의주시한다. 미국은 아시아에 호주와 일본 필리핀 한국 태국 등 5개국의 동맹을 확보하고 있다. 약 37만5000명의 미군과 군속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돼있다.
미 태평양 함대는 5척의 항공모함 타격단을 포함, 약 200척의 전함과 1100대에 육박하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회계감사원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16~2019년 일본 주둔에 209억달러, 한국 주둔에 134억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호주국립대 전략학 명예교수인 휴 화이트는 미국은 해양강국으로서 발돋움하려는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응하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995~2000년 호주 전략정보 부장관을 지낸 화이트 교수는 "미국은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많은 말을 한다. 사실 10여년 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아시아로의 회귀'를 줄곧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아시아 국방태세와 관련해 그 어떤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금의 상황이 군비경쟁이라면 나의 결론은 중국이 이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진실로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길 원한다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실험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포함해 최소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달 8일 성명서에서 "오늘날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굴복하고 맹종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는 유일하게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발사해 전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엄중한 내용의 성명서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는 5년 전 위기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정부에서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국민대 교수는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수년 간 한국의 국방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지형에서 북한만 독점적으로 핵을 갖고 있다. 이는 임박한 현재적 위험이다. 새로운 정부는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달 9일 대선의 주요 후보 두 명은 북한 문제에 대해 다른 해법을 갖고 있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미국의 핵자산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데 찬성한다. 또 국방비를 대폭 늘려 추가적인 국방능력을 얻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집중한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의 국방력 제고를 최우선과제에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인도와 중국은 국경선을 확정하는 대신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을 두고 잦은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2020년 5월부터 실질통제선에 군대를 증강시켰다. 같은 해 6월 15일 양국 경비병들이 갈완계곡에서 충돌해 인도 군인 20명, 중국 인민해방군 4명이 사망했다.
중국 국방력에 대한 미 국방부의 최근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티벳자치구와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사이 분쟁지역 내에 100가구의 마을을 구축했다. 중국은 인도가 실질통제선 인근에서 계속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인도 O.P. 진달 글로벌대학교 전략학 교수인 판카이 자는 국경 대립으로 인도와 중국이 일종의 군비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은 군사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30년 간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 반면 인도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인도는 수많은 나라들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와 같은 전술적, 전략적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
아시아 지역의 또 다른 발화점은 대만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목표 중 하나는 대만과의 통일이다.
지난해 10월 대만 국방부장 추궈정은 의회에서 "지난 40여년 가운데 현재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며 "대만해협에서 오판에 따른 충돌 발발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에 따르면 중국은 거의 매일 전투기를 대만 항공식별구역으로 날려 보낸다. 대만은 이를 '회색지대 전술'이라 부른다. 잦은 전투기 출격으로 자국 군대를 긴장시키려는 목적으로 판단한다.
싱가포르 에스 라자라트남 국제문제대학원의 콜린 코 연구원은 "대만해협은 현재 충돌 개연성이 가장 높은 발화점"이라며 "우발적이고 국지적인 접전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더 큰 충돌로 발전시키도록 유혹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볼 것이고, 기존 한계를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 연구원은 "하지만 핵심은 결국 대만 내 정치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강경파 차이잉원 총통의 실각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에 친화적인 국민당이 권력을 잡는다면 1992년 합의문으로 되돌아갈 수 있고 양안의 긴장이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992년 당시 국민당 정부와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하나의 중국'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 캠페인'의 가와사키는 아시아 군비경쟁이 일본과 같은 국가들 내 군산복합체의 입김에서 비롯했다고 말한다. 반핵활동가인 그는 "군비증강은 경제를 부양하고 유지하는, 필수불가결한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군비경쟁이 자가발전하면서 한국과 같은 새로운 핵국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월 발효된 '핵무기를 금지하는 유엔 조약'을 거론하며 "대다수 국가들이 이를 채택했다. 군비경쟁을 냉각시킬 힘을 갖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이 그 조약에 가입한다면, 인도와 중국 러시아 미국 간 군축 대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새로운 조약이 군비경쟁의 경로를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5대 핵보유국인 중국과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은 핵전쟁을 막고 군비경쟁을 피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안정성과 예측성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며 △아무에게 득이 되지 않고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군비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양자간, 다자간 외교적 접근법을 계속 추구한다고 돼 있다.
핵군축에 대한 언급이 빠졌지만 군비제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UN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대표인 나카미츠 이즈미는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최종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협력과 대화에 있어, 그 성명서는 시기적절하고 고무적인 첫번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에스 라자라트남 국제문제대학원의 코 연구원은 군비경쟁 상황에서도 무력충돌은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비경쟁 시나리오에서 모든 행위자들이 무기를 획득하고 어느 정도 동등함을 갖추면 특정 수준의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모든 이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상호억지력과 동등함이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