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격화에 증시 하락·원자재가격 급등
서방국가 경제제재 강화 … 러시아 은행 SWIFT 배제 등
러, 국가부도 선언·MSCI 신흥지수 퇴출 가능성도 나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격화되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세계 증시는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주요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를 전격 발표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기반 회사들의 주식 거래가 일제히 중단된 가운데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적극적인 전쟁 참여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제유가·곡물가격 폭등 =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뉴욕 3대 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일대비 1.7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 나스닥 지수는 1.59%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전일보다 4.04% 급락했다.
전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결렬되고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늘어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G7 국가들의 러시아 주요 은행들의 SWIFT 시스템 배제 결정, EU의 러시아 중앙은행과 거래 금지 결정 여파로 루블화가 달러대비 30% 이상 급락하는 등 외환시간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SWIFT 배제 여파가 결국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유럽 경기 둔화 우려로 확산되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가 합의한 배제 대상으로 국책은행인 VTB 방크, 방크 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VEB.RF, 기타1곳 등 7곳이 지목됐다. G20 국가 중앙은행이 SWIFT 제재를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퇴출을 전격 발표한 것은 가혹한 경제제재"라며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6200억달러의 준비금 사용에 제약을 당하게 되고 루블의 달러 등 주요 통화로 교환기능이 제약 받으면서 러시아 통화가치 급락과 인플레 압력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기업들과 금융회사에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SWIFT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큰 상황이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2014년 이후 러시아의 국채를 매입하지 않았고 러시아도 2019년 이후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러시아도 정부부채를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준비금도 서방의 통화 대신 금과 위안화의 비중을 늘리는 등 대외의존도를 줄여왔다. 또한 러시아가 별도의 국제결제시스템을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협조 수준에 따라 SWIFT 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SWIFT 제재 여파다. 유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향후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 대응에 주목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제한할 경우 유럽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우려되고, 유럽은행들이 러시아 민간에 대해 560억달러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유럽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하고 당분간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푸틴, 외화반출 금지 조치 =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루블화 가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또 모스크바 거래소를 통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 매도 등 트레이딩 금지조치를 발표하며 자본유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만달러(약 1200만원) 초과 외화에 대한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거주자의 해외은행 계좌로의 외화 자금이체와 비거주자에 대한 외화부채 상환 금지도 발표했다. 이 소식에 2047년 만기 러시아 달러국채 가격은 달러당 33센트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블루베이 어셋 등 해외 IB들은 채무상환 제한 조치는 러시아 채권의 즉각적인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은행업계 로비단체 국제금융협회(IFF) 또한 러시아가 달러로 발행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협회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절반이 자산 동결이라는 제재를 가한 국가들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폭락에 쓸 수 있는 달러 유동성 화력이 급격하게 줄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 MSCI 퇴출시 한국으로 4조~8조원 유입 기대 =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MSCI 신흥 지수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MSCI 지수 연구 책임자이자 지수 정책 위원회 의장인 디미트리스 멜라스는 "고객과 투자자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면 러시아 증시를 계속 포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지수에서 러시아를 제외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MSCI 측은 조만간 위원회를 개최해 러시아 주식 시장의 접근성과 투자 가능성의 수준을 검토한 후 'MSCI 러시아'를 없애거나 러시아를 MSCI EM(신흥국) 지수에서 제거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MSCI는 'MSCI 러시아' 지수를 동결하고, 지난달 발표한 2월 분기 리뷰에 따른 편입종목 변경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만일 러시아가 MSCI EM 지수에서 퇴출될 시 해당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며 4조원에서 8조원 가량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SCI EM 내 러시아의 비중은 약 3.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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