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침공 엿새째 민간인 피해 속출
동부 하리코프·수도 키예프 집중 타격 … 젤렌스키 "민간지역 공격은 전쟁범죄"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민간인 거주지까지 포격과 폭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침공 엿새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남부 도시 헤르손 등을 중심으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 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주요 도시 가운데 한 곳도 점령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러시아 군이 민간인 주거지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이날 "하리코프와 키예프 서북쪽, 헤르손 등이 가장 전투가 격렬한 곳이며, (남부) 마리우폴 인근에서도 간헐적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전날부터 러시아군의 공격이 격렬해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에선 이틀째 주정부 청사와 중앙광장, 민간시설 등이 다연장포와 순항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러시아군의 하리코프 주거지역 포격으로 8명이 숨졌다고 AFP 통신에 전했다.
또 하리코프 주정부 청사 포격에서도 10명이 숨지고, 10명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관리들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사람들이 붐비는 하리코프 도심의 중앙광장에도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영상 연설에서 "하리코프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다. 이는 러시아의 국가 테러리즘이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인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 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에 있는 키예프 서북쪽 TV 방송 타워를 공격하는 야만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5명이 숨지고 추모시설 일부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러시아 장갑차·탱크·화포 등은 키예프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북쪽에서 키예프 방향으로 진군하는 군사 장비의 대열이 6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남부 도시 헤르손으로도 러시아군이 진입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시청을 통제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혔다.
헤르손 시내에선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부 도네츠크 지역 친러 반군은 진군을 계속해 아조프해에 접한 항구도시 마리우폴로 진격한 러시아군과 합류했다고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가 전했다. 마리우폴이 완전히 점령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남진을 저지하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군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진격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러시아군 사이에서 사기 저하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병사들은 전투도 하지 않은 채 항복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압도적 전력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진군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러시아군이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더욱 격렬한 무차별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달 28일 열렸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의 후속 협상 일정은 아직 공표되지 않고 있다.
양측은 1차 협상에서 향후 며칠 내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에서 2차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날까지 협상 날짜는 발표하지 않았다. 일부 러시아 매체들은 2일 2차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해 시각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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