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으로 코로나 끝내고, AI로 단백질 분석 신약 개발

2022-03-14 10:28:57 게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선정 2022년 10대 혁신기술

새로운 혁신 기술은 산업변화는 물론이고 우리 삶까지 변화시킨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가져오고 있는 변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어떤 기술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알고 대응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세계 주요 연구소나 대학, 컨설팅 기업 발표를 주목하는 이유다.
클라임웍스가 2021년 10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에서 가동을 시작한 탄소 포집 공장 오르카(Orca). 사진 클라임웍스 홈페이지


메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분석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이맘때 첨단 산업분야 가운데 우리 삶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10대 혁신기술'을 발표한다.

프랑스 남부 카다리슈 지역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모습. 사진 ITER 홈페이지


10대 기술로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실용적인 핵융합로 △비밀번호의 종말 △'단백질 접힘' 예측용 AI △지분증명 △오래 지속되는 전력망용 배터리 △인공지능을 위한 합성데이터 △말라리아 백신 △탄소 제거 공장 △코로나 변이 추적 기술 등이 선정됐다.


이들 기술은 현재 또는 단기간에 적용 가능하거나 5∼10년 후 혁신을 창출하며 산업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에도 최근 몇 년간과 마찬가지로 AI기술이 응용 범위를 확대해 미래 혁신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기술도 주목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먹는(경구용) 코로나 치료제가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막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주목했다.

화이자가 새로 선보인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는 최신 변종을 포함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투여 시, 환자의 병원 입원율을 89%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력이 약해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막아준다. 약의 주요성분은 바이러스 복제 과정의 핵심 요소인 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효소)에 달라붙어 기능을 억제한다.

현재 다른 제약회사들도 이와 유사한 약을 개발 중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적인 핵융합로 =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은 매우 저렴하면서도 탄소 배출물도 없는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태양처럼 핵융합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연구자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투입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핵융합로를 건설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는 스타트업과 관련 연구가 점점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2030년대 초에는 핵융합 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코먼웰스)의 발표다. 코먼웰스 연구원들은 무게가 10톤에 달하는 D모양의 자석에 천천히 전류를 공급하면서 20테슬라가 넘을 때까지 자계강도를 높였다. 이런 종류의 자석에서는 기록적인 수치였다. 코먼웰스의 설립자들은 이 자석이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핵융합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공학적 과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비밀번호의 종말 = 기존 영문과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의 비밀번호는 무차별 대입을 통해 풀 수 있으며 이용자는 대체로 보안에 취약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어 보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비밀번호 탈취는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사이버 공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비밀번호 대신 이메일로 보내온 링크나 푸시 알림, 생체인식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밀번호 입력 없이 휴대폰과 얼굴 인식으로 로그인 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구글도 비밀번호보다 더 간단하고 안전하게 앱과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방법을 제공하며 다양한 로그인 인증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단백질 접힘' 예측용 AI = 20가지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는 단백질의 특징 중 하나는 구성요소의 종류와 순서에 따라 다른 3차원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단백질 접힘이라 부른다.

우리 몸이 하는 대부분의 일에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이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고 많은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백질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 어떤 단백질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몇 달씩 걸린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솔루션 알파폴드2(AlphaFold2)를 개발했다. 알파폴드2는 아미노산 서열에서 원자 수준의 정확도까지 단백질 3D 구조를 직접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다.

알파폴드2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90%가 넘는 정확도를 기록했으며 2018년까지만 해도 최고 70%대였던 예측률을 단번에 향상시켰다.

알파폴드2로 인해 향후 광범위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빠르게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호화폐 지분증명 =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채굴 과정에서 상당한 연산력이 필용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한다. 2021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100테라와트시(TWh) 이상을 소비했으며 이는 핀란드의 1년 치 에너지 예산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 주목받고 있다. 지분증명은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비례해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이더리움은 올해 상반기 지분증명 방식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없이 암호화폐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99.95%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작업증명 방식과 지분증명 방식으로 각각 운영해온 시스템을 병합하기 위한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했다. 시스템 전환에 성공할 경우 지분증명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 광범위하게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 지속되는 전력망용 배터리 =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는 등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터리(2차전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나 바나듐흐름배터리는 소재가 희귀해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 중 하나인 철을 활용한 철 배터리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철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저장된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철 배터리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 점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경우 더 많은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을 위한 합성 데이터 = 뛰어난 AI를 만들려면 AI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안이나 비용문제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합성 데이터다.

합성 데이터는 직접 획득한 데이터가 아닌 통계적 방법이나 기계학습 방법 등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데이터를 말한다.

최근 MIT의 '데이터 투 에이아이 랩'이 출범시킨 프로젝트 '합성 데이터 볼트'는 다양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오픈소스 도구를 제공한다. 향후 데이터 활용이 요구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AI 학습에 이용하는 실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합성 데이터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말라리아 백신 = 1년에 수십만명 아동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10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말라리아 매개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첫 번째 백신을 승인했다. 이 백신을 다른 방지책과 함께 사용한다면 70%까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생병을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첫 번째 백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탄소 제거 공장 =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증가다.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대형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클라이웍스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외곽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해 설계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인 오르카를 가동했다. 오르카는 매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은 매년 1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탄소포집 공장을 미국 남서부에 건설할 예정이다.

◆코로나 변이 추적 = 코로나19 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SARS-CoV-2'는 세상에서 염기서열 분석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유기체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 전례없이 투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를 통해 알파, 델타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오미크론과 같은 바이러스 변이를 조기 발견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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