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벤처기업│③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
텍스트를 영상으로 자동 변환 … "경쟁력은 고객에 미치는 것"
세계 최초 기술 … 내년에는 음성의 영상전환 상용화
3년만에 매출 78억원 달성 … 국내외서 투자 이어져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전 웨인힐스벤처스)는 창업 3년차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영상 콘텐츠병합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텍스트에서 사전적 의미를 추출한 뒤 이에 맞는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효과음 등을 조합해 디지털 영상콘텐츠로 자동 변환해주는 TTV(Text To Video)알고리즘을 개발한 덕이다.
현재는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영상콘텐츠로 바꾸는 STV(Speech To Video)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약 45% 기술 고도화를 달성할 전망이다. 내년 75~80% 수준이 되면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메타버스시장 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는 최근 중동 아부다비펀드 쇼루크파트너스와 국내 투자사 비전크리에이터로부터 26억원의 브릿지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총 투자유치 누적금액은 약 132억원 규모다.
한국거래소 기술평가기관 이크레더블은 올해 기술평가에서 기술등급을 'T12'(매우 높음)로 평가했다.
이크레더블의 평가에 따르면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 기술제품은 10분 정도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데 2~3분 정도 소요돼 제작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시장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 신기술이 접목된 콘텐츠를 제작 가공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크레더블은 "전방산업인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온라인 동영상과 모바일 단말기 확산, SNS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증가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주력사업 성장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수민 대표는 "우리의 경쟁력과 핵심가치는 고객을 감동 시키는데 있다"면서 "우리 매출은 고객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는 고객에 미쳐있다"고 말했다.
◆텍스트 피로감에 착안 = 직장생활 만 10년 되던 2017년, 이 대표는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났다. 카페나 음식점 등을 두루 다니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하는데 더 이상 구글이나 네이버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유튜브 등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다.
이 대표는 하도 궁금해 물었다. "동영상이 훨씬 이해가 빠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텍스트 피로감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이상 활자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국 후 텍스트를 영상콘텐츠로 전환시켜주는 일을 목표로 삼앗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찾아봤다. 하지만 없었다. 그는 '내가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에는 확신이 필요했다. 리서치기업에 의뢰해 3만3000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 95%가 '텍스트를 영상콘텐츠로 자동 전환하는 서비스가 출시되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 퇴직금에 대출을 얹어 1억5000만원 정도를 마련했다.대학과 회사 선후배를 영입해 이 대표 포함 4명으로 창업했다. 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나를 믿고 온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없던 잠재력까지 나왔다.
그는 "24시간 잠을 안자도 힘들지 않았다.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나를 바꿨다"고 회상했다.
창업 1년 내 사업을 궤도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10개월 만에 성공했다. 첫 거래처는 출판사였다. 활자책을 영상 콘텐츠로 자동변환 제작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결과물을 냈다.
현재는 블룸버그통신과 야후파이낸스 등 언론과 맥킨지 등 컨설팅 기업과도 사업관계를 맺었다.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의 창업 첫해 매출은 2억원, 2020년 8억6000만원, 지난해엔 78억원으로 고속성장했다. 올해엔 기업공개(IPO)를 할 생각이다.
◆고객 반응 반영이 신의 한수 = 처음 개발한 TTV는 완전자동화였다. 인공지능이 텍스트에 맞춰 배경 영상이나 음악 등 모든 것을 처리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이런저런 의견을 보내왔다. 이것을 넣었으면 좋겠다, 저것을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결국 고객이 제품에 개입할 수 있게 바꿨다. 이게 신의 한수였다. 고객과 적극 소통하면서 제품이 완벽해졌다"고 말했다.
자동변환된 영상콘텐츠를 유튜브에 자동 배포하는 것이나 속도 증진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게 된 것도 모두 고객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이는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는 줄곧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다. 서비스모델 고도화는 결국 고객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의견에 의해 만들어진다. 현재도 약 5만~7만명 가량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사용자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계속 필요한 것인지를 묻는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팔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연구개발(R&D)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업의 성패는 사람에 달렸다고 확신한다. 회사명에서부터 지금까지 좋은 인재를 끌어 모으고 고객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여전히 창업 4년차 대표에겐 무거운 숙제다. 그는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해선 나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기업성패 결정 = 회사명도 사람이름이다. 이 대표에게 영감을 준 이들이다.
평소 테드(TED) 강의를 즐겨 듣는 이 대표는 미국 뉴저지주 웨인힐스 하이스쿨 교장의 강연을 듣고 창업을 결심했다. "회사에 절대 들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무조건 창업하라, 앞으로 대단한 경험과 기회가 창업에 있을 것"이라는 토마스 교장의 강연은 이 대표에게 큰 울림을 줬다.
창업을 앞두고 그는 토마스 교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명에 '웨인힐스'란 명칭을 써도 되냐고 물었다. 토마스 교장은 창업의 성공을 기원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브라이언트는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성을 땄다. 갖은 역경을 넘어 미국 최고 선수가 된 그를 본받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내 인생의 90%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DNA를 본받고자 한 노력"이라며 "부모님 다음으로 삶의 영감을 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의 현재 인력은 33명이다. STV 개발과 메타버스 진출을 위해 올해말까지 50명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IPO 성사와 이스라엘과 일본 베트남 등으로 해외법인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이 대표는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취업하지 말고 창업하라. 뇌의 구조,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정부에게는 "이젠 지원이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원과 투자는 완전 다르다. 투자는 무거운 책임감이 생긴다. 미친척 사업을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대표와 웨인힐스브라이언트A.I는 오늘도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