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잡월드 개관10주년

"직업체험 콘텐츠 미래지향적으로 리뉴얼"

2022-05-10 11:07:52 게재

'국가인력의 효율적 배분' … '한국잡월드 시즌2', 고객층 어린이·청소년에서 청년층으로 확대

[인터뷰] 김영철 한국잡월드 이사장

2012년 5월 개관한 '종합직업체험관' 한국잡월드의 10년간 총 방문자수는 64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1/10 수준까지 줄었다. 2021년 11만766명, 2020년 6만7026명 방문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들어 3월까지 4만684명이 방문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면서 어린이날(5일)에는 3000명이 넘게 방문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직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10주년을 맞은 잡월드는 '한국잡월드 시즌2'를 선포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영철 한국잡월드 이사장을 4일 만났다. 김 이사장은 "한국잡월드는 지난 10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의 직업체험과 진로모색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확고하게 뿌리내렸다"면서 "직업 변화에 대응해 체험 콘텐츠를 미래지향적으로 리뉴얼(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고객 연령층을 청년층과 시니어 등으로 확대하고 포스트 코로나와 인공지능(AI)시대에 대비해 비대면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운영하는 것도 시즌2의 중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영철(64) 한국잡월드 이사장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 대광고, 서강대 국어국문학과(3년 수료)를 나왔다.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 시민방송 RTV 이사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서울시 평생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7월 25일까지다. 사진 한국잡월드 제공

 


■한국잡월드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잡월드 시즌2'를 선포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직업체험과 진로모색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확고하게 뿌리내렸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잡월드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한 것이다.

지금은 급속한 디지털화로 직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체험 콘텐츠를 미래지향적으로 리뉴얼(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고객 연령층을 청년층과 시니어 등으로 확대하고 포스트 코로나와 인공지능(AI)시대에 대비해 비대면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운영하는 것도 시즌2의 중요 과제다.

■시즌2 타이틀이 "지난 10년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10년을 디자인한다"다.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까지 연인원 640만명이 다녀갔다. 코로나로 문을 닫거나 제한 운영을 실시한 2년 4개월을 빼면 매년 60만명 넘게 이용한 셈이다. 공공서비스 기관이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이 정도 고객을 받았다면 큰 성공이다.

개관 당시인 2012년은 일자리 전쟁, 취업 전쟁이 본격화될 때다. 당장 일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일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린이 대상으로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의 취업에 도움을 준다는 잡월드의 설립 목적은 굉장히 한가하고 생뚱맞아 보였을 거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엄청난 인원이 이용했고 지금도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잡월드에서 재능과 소질, 흥미를 발견한 사람들이 맞춤한 일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잡월드 전경.


■6월 초 만들기 체험관(maker space)인 '메카이브'(Makive)가 처음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오픈한다.

고객 연령층을 어린이·청소년에서 청년층으로 확대해 이들 세대의 극심한 취업난에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 애초 직업세계관이라는 테마공간이 들어있던 4층과 5층을 완전히 리모델링해 청년 대상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만들기 공간으로 조성한다.

'Maker'(창작자)와 'Archive'(보고)를 합성한 말로 메카이브가 문을 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만들기 체험관의 'National Center'(국가센터)가 탄생하는 셈이다.

■내부 시설과 구조도 설명해달라.

메카이브는 만들기 과정 자체가 직업에 대한 기초능력을 키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고, 자원을 활용하고, 설계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가운데 동료들과 협동하는 과정을 통해 창업과 창직의 경험과 역량을 쌓는 것이다.

메카이브에 들어서면 금속 플라스틱 나무 종이 페브릭(직물) 등 여러 재료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동료 메이커들과 토론하며 창작을 준비할 수 있는 카페 및 작업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도구와 장비, 재료들을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어진 Street Zone, 청년 작가들이 전문적으로 공예 클라스를 진행하는 청년 작가 공방,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스페셜 존 등이 짜임새 있게 이어져 있다.

■고객 연령층을 확대한다면 잡월드의 고유 색깔인 '키즈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지난 10년간 이용객수 추이를 보면 정확하게 학령인구 감소분만큼 고객이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 추세가 반영된 것인데, 그만큼 성인 인구, 특히 고령화에 따른 실버세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 않나?

'국가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경단녀 등 시니어층 뿐 아니라 인생2모작, 3모작을 준비하는 노령층에 대한 직업체험, 진로지도도 가능한 과제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잡월드 고유의 '키즈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

■'시즌2 선언'을 보면 비대면 콘텐츠와 온·오프라인 융복합 콘텐츠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비대면 콘텐츠는 포스트 코로나와 AI시대 대비용이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잡월드 고객의 상당수는 중부권, 충청권 이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영호남이나 제주, 특히 낙도 등 벽오지에 사는 친구들은 접근이 쉽지 않다. 이들 어린이에게도 직업체험과 진로모색의 기회를 동등하게 주자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언텍트 콘텐츠' 개발, 운영사업은 '공공서비스의 공정한 분배'라는 의미도 있다.

현재 온라인 교재들이 시험 제작돼 잡월드와 사전에 제휴한 학교의 학급들에 제한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수정과 보완을 거친 뒤 올해 하반기쯤에는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새로운 체험시설이 문을 열었다고 하던데.

잡월드는 재방문 고객도 상당히 많은데, 이분들도 잘 모르는 '잡월드의 보물'이 있다. 어린이·청소년체험관이 있는 본관 뒤편에 2020년 하반기 문을 연 '숙련기술체험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문을 여는 바람에 덜 알려졌지만 전통기술과 기초기술, 첨단기술 등 고난도 기술을 쉽고 흥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보적인 시설이다. 전통 아날로그 기술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병존하는 인간 중심의 미래지향적 체험관이다. 시즌2 개막과 함께 '명장사관학교' 등 리오프닝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잡월드' 하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노사정 간의 극심한 내홍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시즌2가 시작된 지금, 내부 사정은 어떤가?

격렬한 내부 갈등 뒤 한국잡월드 자회사인 '잡월드 파트너즈'가 2018년 출범했다. 파트너즈 구성원 대부분은 체험관 강사 등 고객과 직접 맞닥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Walking Jobworld'(걸어다니는 잡월드)로 불린다.

고객서비스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중요한 분들이다. 올해 초, 제2기 대표이사가 취임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회사와 모회사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즌2준비위원회'를 노사 공동으로 구성해 10주년을 준비해왔다. 모·자회사의 상생적 관계는 잡월드 시즌2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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