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수축사회' 예측한 홍성국 의원

"미·중 블록화 → 장기 물가상승 → 정치 체제 변화"

2022-07-07 11:50:20 게재

외환·금융위기 이후에도 급격한 체제변화 경험

대공황 후 미 민주당 승리 원동력은 '전환적 해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상승에 불이 붙었다.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각 국가 중앙은행은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수요'라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물가는 제자리로 돌아올까. 그리고 경제는 다시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진 이의종

6일 오랫동안 미래를 예측하며 대응전략을 짜 온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미국 진영과 중국-러시아 연합으로 블록화돼 신냉전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중립국이었던 스웨덴, 핀란드도 미국 편으로 옮겨 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제구조가 블록화 되면 세계화는 종식되고 전 세계 단일시장에서 오는 최저가 조달비용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며 "다소 긴 시간 동안 겪어야 하는 물가상승 위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했다. "냉전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얘기다.

홍 의원은 "블록화는 우리나라가 제품을 생산할 때 싼 가격의 중국 부품을 사용할 수 없거나 중국 부품을 확보하는 속도가 매우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그동안 누려왔던 값싼 제품을 활용하는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신냉전 블록화'가 불러올 대전환 = 블록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인 수출시장 비상을 예고한다. 홍 의원은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성이 각 지역별로 크게 차이 난다"며 "세계경제가 미중간 블록으로 고착화되면 (중국-러시아쪽 수출입이 제한을 받게 되면서)수출시장이 축소되고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저금리, 과도한 화폐공급, 패권전쟁에 의한 공급망 제한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하강곡선을 긋는 '침체'이라는 고통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불황과 물가상승이 겹쳐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도 있고 더딘 성장에 물가상승이 더해진 슬로우플레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역협회와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경제가 미중 블록화될 경우 세계 GDP가 5% 줄어들고 러시아는 10%, 인도는 9%, 중국은 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과 일본, 미국은 각각 4%, 4%, 1%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봤다.

◆"집권당 교체 추세 주목해야" = 홍 의원은 물가상승과 경제침체, 경제블록화 등 복합 위기가 정치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1997년 이머징 외환위기 이후 색깔 혁명, 2008년 이후 자스민 혁명 등 체제 전환 조류 발생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은 당시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계경제와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북한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가상자산을 해킹해서 외자를 조달하거나 가상자산 폭락과 인플레이션으로 더욱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는 "물가상승이 가팔라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집권당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구조적 전환기 돌입으로 국내 질서도 급변, 미래 준비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는 집권당 패배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정권교체도 큰 맥락에서는 부동산 가격 등 물가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또 "1920년대 미국의 호황에 공화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나 대공황 붕괴 후 완벽하게 민주당 승리로 바뀌었다"며 "민주당이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환적 해법을 제기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대공황 이후 미국 민주당은 뉴딜정책을 내놓았고 3R(개혁, 구제, 회복)을 제시했다. 홍 의원은 이 중에서도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 구제와 회복에 주목하면서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현상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증권업계에 진출했다. 대우증권에서 정치적 시각을 경제에 접목한 독특한 분석능력을 보여주며 리서치센터장, 본부장을 거쳐 CEO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국제적 감각과 리서치 능력을 토대로 '미래의 길'을 찾는데 천착하면서 '세계경제의 그림자 미국'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가 일본된다' 등 다양한 미래전망 서적을 출간,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엔 복합위기의 도래와 대전환의 불가피성을 담은 '수축사회'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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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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