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일본 총리 유세 중 총맞고 심폐정지

2022-07-08 17:07:15 게재

“용의자, 전직 자위대원”

경찰, 현장서 41세 남성 체포

보수우익의 구심점이던 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아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리 유세를 하던 도중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시 총 소리가 두 차례 들렸으며 아베 전 총리가 가슴 부위에서 피를흘리면서 쓰러졌다고 현장에 있던 NHK 기자가 전했다. 피격 후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소방 당국은 그가 심폐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총 맞고 쓰러진 아베 전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지만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되던 초기에는 의식도 있었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후 의식을 잃고 심폐 정지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라시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며 소지하고 있던 총도 압수했다. 민영방송 TBS는 야마가미가 전직 해상자위대원이라고 보도했다.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 후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다.

한 남성은 처음에는 “불꽃인가 하고 생각했다”며 제압된 남성이 들고 있던 총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권총이 아니라) 꽤 컸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한 전문가는 범행에 사용된 총이 산탄총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적인 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최장수 총리를 지낸 바 있는 일본 보수우익의 구심점이자 자민당 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다. 그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둔 가운데 벌어진 전직 총리 피격 사건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리관저로 복귀하는 중이며 일본 주요 방송은 일제히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번과 같은 만행을 용납되지 않으며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논평했다.

'아베, 유세 중 피격' TV 뉴스 보는 일본인들 (AP=연합뉴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진 것은 물론이고 각국 정상들도 충격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아베 전 총리 피습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이 “깊이 슬퍼하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본회의에 참석 중인 블링컨 장관은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과 함께 생각하고 기도할 것”이라면서 “이건 매우, 매우 슬픈 순간이다. 우리는 일본에서 올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도 성명에서 “뛰어난 정치 지도자이자 미국의 흔들림 없는 협력자인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소식에 무척 놀랐다”며 “우리 정부와 국민은 아베 전 총리와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위터에 “충격적인 뉴스”라며 “그의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놀랐고 나처럼 슬플 것으로 믿는다”며 “대만과 일본은 모두 법치주의를 따르는 민주국가로서, 우리 정부를 대신해 나는 이 폭력적 불법 행위를 거세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주일 러시아 대사 역시 ‘야만적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성토했고,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레트노 마르수디 장관 명의로 일본 외교장관에게 위로를 전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돌발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사태 전개에 주목하며, 아베 전 총리가 위험에서 벗어나 조기에 건강을 회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그의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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