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년 이자 탕감' 불공정 논란에도 '눈치보기'만

2022-07-19 12:00:19 게재

별도 논평·입장 안 내 … "원금 아니라 괜찮다" 판단

'도덕적 해이' 문제 있지만 '부실 사전 차단' 효과도

비판·책임은 윤석열정부에 … '불똥 튈라' 조심조심

빚 낸 청년들의 '이자 탕감'이 도덕적 해이 유발과 함께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별도의 논평 없이 관망하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가상자산, 주식투자, 주택 구입 등을 위해 빚 낸 청년들의 이자를 일정부분 삭감해주기로 함에 따라 '성실한 이자 납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원금이 아닌 이자를 탕감해주는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 접수│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주민센터에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 안내문이 붙어있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원을 추가 적립하는 방식으로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3년 만기 시 본인 납입액 360만원에 정부 지원금 360만원을 더해 총 720만원과 예금이자까지 수령하게 된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으로도 보인다.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면 부실화를 방치하자는 것이냐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빚 탕감'만 놓고 옳고 그름을 제시하기보다 청년을 비롯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부채부담에 따른 파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18일 민주당 정책위 고위관계자는 "청년 이자 탕감은 원금을 탕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 "민주당은 오히려 청년보다는 자영업자의 만기도래 부채를 연장해주지 않고 금융기관 자율에 맡기는 무책임한 부분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층에게 이자의 30~50%를 깎아주는 청년 특례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 주고 연 3.25%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저신용 청년은 신용평점 하위 20%이하인 청년을 말한다.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25만명의 소상공인에게는 최대 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가상자산·주식으로 돈 벌 때는 즐겼던 이들이었는데 =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청년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전가되는 '불공정'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금으로 일부 청년과 자영업자의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것인데 이는 결국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청년 이자 탕감 정책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 있는 모 의원은 "개인적으로 보면 가상자산이나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그것을 향유했던 청년들의 빚이나 이자를 탕감해주는 것은 열심히 돈 안 쓰고 갚아온 청년들을 바보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당 입장에서는 청년들 역시 빚으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향 잡지 못한 2030세대를 잡으려는 민주당 = 청년들의 지지율을 신경쓰다보니 한쪽의 입장만 얘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각각 38%, 33%로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20대(18~29세)에서는 33%와 27%, 30대에서는 27%와 34%로 나왔다. 다른 세대에서는 거대 양당 중 한 곳의 우세가 명확한 반면 2030세대에서는 매우 혼미한 상태다. 굳어진 지지정당이 없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추이를 보더라도 20대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간격이 크지 않았고 30대의 경우엔 초반엔 국민의힘에 더 높은 지지를 보냈다가 최근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청년의 이자 탕감 문제는 소상공인 문제까지 같이 봐야 한다"며 "청년들의 빚 탕감을 문제 삼게 되면 청년들을 갈라치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에 폭넓은 시각에서의 부채 부실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부는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이어지면서 지지율 돌파 전략으로 (부채탕감이라는) 새로운 출구를 만들었다"며 "가상화폐, 주식투자 등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살아온 청년들에게는 큰 허탈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정책이 결국 도덕적 해이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더한 금융리스크를 유발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라며 "저신용 청년들에게는 상환유예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계획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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