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한인권재단 출범 추진 … '특별감찰관' 재가동 하나

2022-07-20 12:04:10 게재

5년 9개월째 '위법' 지속 … 대통령·부인 친인척 감시 사각지대

'법치' 강조 윤 대통령, 특별감찰관법 위반 상황 외면하기 어려울 듯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요구하면 특별감찰관 재가동 수면 위로

지난해 거대양당 '북한인권재단 이사·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합의

대통령실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5년 9개월간 법을 위반한 채 비워뒀던 특별감찰관이 임명될지가 관심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도 없애 대통령과 부인의 친인척 등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여야는 북한인권재단과 특별감찰관제의 동시 가동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두 제도 모두 사실상 추진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대통령에게 제출, 선임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책임자 처벌, 북 인권재단 설립 촉구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탈북어민 강제북송 책임자 처벌 및 북 인권재단의 조속한 설립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19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인권재단법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도록 민주당도 나서야 한다"면서 "특별감찰관제 역시 위법상태로 놓아두지 말고 가동시키는 게 순리"라고 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 이행을 위한 핵심 기구인데 지난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국회가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시점에 재단 이사 추천 협조를 여야에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며 "정부 측 인사를 우선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날 국무회의에서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최근 문재인정부 때 일어난 '탈북 어민 강제 송환'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사형당할 게 뻔한 탈북 주민을 강제로 돌려보냈다'고 주장하며 북한 인권문제를 화두로 올려놨다.

대통령실이 북한인권재단 가동을 위해 이사 추천을 국회에 요구하면 곧바로 특별감찰관제 재가동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과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가명·차명 계약이나 알선·중개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와 수의계약·알선·중개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 △부당한 금품·향응 수령 △공금 횡령·유용 등이 주요 감찰대상이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자리는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직 처리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특별감찰관법 8조에서는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2016년 10월부터 위법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초반엔 '긍정적', 하지만 =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문재인정부는 임기초반에 특별감찰관제 가동을 약속했지만 결국 임기 내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에 주력하면서 의도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외면해 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특별감찰관이 법률상 기구로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라는 기능에 독자성이 있으므로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법에 따라 정해진 특별감찰관의 대통령 및 친족, 핵심참모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함으로써 본인을 포함한 청와대의 투명성을 상시 유지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임기가 1년이 지난 2018년 5월에야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여당의 속내는 특별감찰관 재가동에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6월에 여야는 북한인권재단과 특별감찰관제의 동시 가동에 합의했지만 두 정당 모두 후보추천에 미온적이었다. 특별감찰관 후보는 민주당 1명, 국민의힘 1명과 함께 변협에서 추천하는 2명 중 1명을 여야가 확정, 모두 3명을 추천하게 된다. 대통령이 지명한 1명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대통령실 "법에 따라 정해진 걸 안 할 수 있나" = 윤석열정부도 문재인정부와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핵심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5월 31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국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았는데, 법을 무력화시킬 분이 아니다"라고 했고 법무부는 윤석열정부 인수위 업무부고에서 "특별감찰관 정상가동을 위해 예산운용 등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별감찰관제와 관련해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선인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석열정부 취임 직후에 "특별감찰관 제도를 포함해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며 "전반적으로 여건이 달라졌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제 가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20일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에 따라 정해진 걸 안 할 수 있겠냐고 하신 게 최근 입장"고 했다. '법치'에 의한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 개정없이 위법상황에 놓여있는 특별감찰관제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재단 재가동 움직임에 맞춰 특별감찰관 추천과 임명도 다시 추진될지 관심이다.

박준규 이재걸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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