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난제 악취

복합악취 스트레스 급증 … 원인 몰라 '분통'

2022-09-26 10:52:29 게재

지방자치단체별 분산된 데이터 통합관리 시급 … 음식점 하수관 등 유형별 맞춤 대책 강화

"혹시 안방 쪽 발코니에서 악취 안 나시나요? 특별히 냄새 날 원인이 없어 조치할 일도 없다는데…. 제가 너무 민감한가요?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힘드네요."

"옷방에서 특정 시간대에 악취가 올라와요. 상가 음식점 냄새 아니냐고 항의해도 구조상 그럴 수 없다고만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는 목소리들이다. 감각공해인 악취는 본디 축사 시설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거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9일 송지현 세종대학교 교수는 "생활수준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악취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은 최소 7가지로 냄새를 나눠서 다르게 판단하는 등 악취 관리 및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감각공해란 사람의 △미각과 후각(악취) △시각(빛공해) △청각(소음) △촉각(진동)을 자극하는 생활성 공해를 말한다. 감각공해는 미세먼지처럼 소득수준이 좋아지고 생활환경이 좋아질수록 부각이 된다.

◆"악취 법적 정의부터 세분화해야" =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악취 민원은 최근 급증했다. 2015년 1만5573건에서 2018년 3만2475건으로 불과 3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2019년 4만854건, 2020년 3만9902건, 2021년 3만9397건 등 악취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은 매년 상당하다.

특히 '실내환경 및 냄새 학회지'에 실린 '음식물 조리 시 배출되는 악취성 입자상 물질 배출 특성' 논문에 따르면 거주지 가까이에 있는 음식점, 숯가마 업소, 자동차 정비 업소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밀착형 악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악취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악취 민원 접수 건수 중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

15일 환경부 관계자는 "악취 특성상 발생원이 한곳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집 근처에 돼지 축사만 있다면 명확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 악취 원인을 규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ppb(미량 함유 물질 농도 단위, 10억분율) 수준의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악취는 발생물질의 종류와 배출원이 다양하다. 여러 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발생원별로 주요 원인 물질 비중이 다르므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하수관 등 악취 발생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민원이 증가하고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사진은 강원도 한 하수처리시설의 악취 문제 진단 장면. 사진 이의종


대표적인 악취 원인 물질에는 암모니아, 아민류 및 황 계열 화합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있다. 폐기물에 들어있는 황이 분해과정을 통해 황화수소 메틸머캅탄 등의 물질로 환원되면서 황 화합물이 발생한다.

악취 최소 감지 농도가 낮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상대적으로 발생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발생원별로 대책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할뿐더러 복합악취(두가지 이상의 악취물질이 함께 작용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송지현 교수는 "악취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구체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며 "세분화한 정의에 따라 악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구별을 해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악취방지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악취란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그 밖에 자극성이 있는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말한다.

게다가 생활환경이나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악취 정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다른 대기오염물질과 달리 발생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저감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등과 통합 관리 = 20일 이태호 숭실대 교수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악취 문제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출 빈도가 높은 음식점 등 소규모 사업장들이 악취 저감을 할 수 있도록 방지시설 설치 등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음식점 악취 민원은 전체 생활악취 민원의 21.0%를 차지한다. 2015년 314건에서 2016년 833건, 2017년 1099건으로 발생 건수가 껑충 뛰었다. 음식점 민원은 악취뿐만 아니라 생물성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주요 배출원(2017년 기준)은 제조업 연소 31.1%, 비산먼지 19.3%, 비도로 이동오염원 16.4%, 생물성 연소 13.0% 등이다. 생물성 연소란 △노천소각 △장작과 폐목재 사용 △직화구이 등을 말한다.

이태호 교수는 "악취와 미세먼지를 발생한 뒤가 아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배기의 경우 근본적인 저감 대책이 되지 못하므로 다양한 배출원과 규모에 따라 대응 가능한 융합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수도 정비도 시급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도 악취 민원은 전체 생활악취 민원의 12.0%(2017년 기준)나 된다. 민원 발생 건수도 2015년 180건에서 2017년 629건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환경부는 하수악취 저감을 위해 '스마트 하수악취 관리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수관로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실시간 악취 모니터링 및 제어시스템을 시범 구축한다. 지난해 △경북 포항시 △광주 동구 △경기 군포시 등 5곳에 대한 설계에 들어갔고 내년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공학적 해결은 기본, 갈등관리 중요 =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저감뿐만 아니라 갈등관리가 필수다. 사람마다 악취 불만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학적인 해결 방법 마련은 물론 사회적 합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법적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하면 현재의 방지시설 기술이 수용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준과 관계없이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적 개선' 문화가 정착한 지 오래다. 이러한 개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나 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끼리 협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 필수다. 기본적인 자료부터 객관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신뢰도가 깨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악취 민원 통계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일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나 수질 문제와 달리 악취 발생 현황을 잘 볼 수 있는 건 민원 발생 통계"라며 "지자체별로 분산돼 관리하다 보니 연속성 문제 등 정책 활용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악취 민원 행정 통합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2025년까지 악취 통합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악취 민원 및 협의체 관리 시스템을 만든 뒤 장기적으로 사업장 등 악취배출원 관리에 관한 사항까지 통합, 악취 관련 통계 및 이력 관리까지 가능한 시스템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