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인실 특허청장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 도입 적극 추진"

2022-12-06 10:53:54 게재

한국형 디스커버리 정부안 마련 중

반도체 심사인력 내년 2월 30명 선발

이인실 특허청장은 한국에서 배출한 세번째 여성 변리사다. 현직 여성변리사가 특허청장에 임명된 건 특허청이 생긴 1977년 이후 45년만에 처음이다.

이 청장은 지식재산 1세대 변리사로 30여년 이상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일해 온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과학기술계와 기술혁신기업들이 이 청장에 기대를 갖는 이유다.

특허청은 디지털 대전환시기에 감당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지식재산 5대 강국으로 치열한 기술패권전쟁에서 대한민국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경제규모에 비해 낙후된 지식재산 생태계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이 청장 앞에 놓여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한국 지식재산을 총괄하는 이인실 특허청장을 지난달 21일 서울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첫 마디는 '심사·심판의 전문성 강화'다. 특허청 본연 업무인 심사·심판 기반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다. 2021년 기준으로 1인당 특허심사 처리건수는 한국의 경우 197건이다. 이는 미국(69건) 유럽연합(58건)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계속해서 특허품질 논란이 제기되는 원인이다.

이 청장은 "반도체 퇴직 전문인력 활용, 증거조사 활성화, 인공지능(AI) 기반 행정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전문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 도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를 변호사와 함께 공동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여년간 과학기술·산업계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신속하게 특허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를 꼽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업계 반대로 제도 도입이 지체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불발됐지만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답변 내용이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허심사 인력 확충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분야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으나 심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 분야 퇴직 전문인력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해 부족한 심사인력을 보완할 계획이다. 내년 2월까지 30명을 우선 선발하기 위한 채용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관계부처와 협의 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반도체 등 전략기술 특허 우선심사에 대해 일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심사는 특허심사를 기다리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제도다. 우선심사 신청이 급증할 것에 대비하고 현재 심사인력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 반도체 분야 중에서도 특정 기술분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계 의견 등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다른 첨단기술분야로의 우선심사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특허가치를 저평가하는 분위기인데 대책은

그간 특허에 대한 인식이 낮고 금융이나 거래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지 못해 특허가치가 보수적으로 평가된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지식재산(IP)금융이 성장하면서 특허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은 2023년까지 지식재산 평가관리센터를 설치해 IP가치평가의 품질을 체계적으로 조사·관리하고 IP가치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나가겠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수집제도) 도입은 어떻게 되고 있나.

특허권이 침해되면 소송 등으로 구제를 받아야 하나 우리나라는 증거수집의 어려움으로 소 제기자 10명 중 1명도 승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허청이 특허소송의 증거수집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3년간 70회 이상 업계와 소통했다. 최근에는 사법부(법원) 의견까지 수렴해 현재 이를 반영한 정부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 입법절차를 최대한 빨리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해외 지재권 분쟁에 대한 지원을 가장 많이 요구한다. 첨단기술유출 방지 대책과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에 대한 단속 강화를 제기하고 있다. 신속한 지식재산권 획득을 위한 우선심사 범위 확대 의견도 많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특허·상표·디자인 검색시스템 도입과 심사품질 향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PEC의 지식재산전문가그룹(IPEG) 의장국으로 활동 계획은

한국은 지난해부터 IPEG 의장국으로 지식재산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국의 지식재산 제도 선진화를 위해 허가특허연계제도 연구와 IP금융시스템 연구 등 2개 과제를 동시 수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는 역내 지식재산 제도 선진화를 견인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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