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양극화 … '신보 P-CBO' 투입
2023-01-18 11:28:31 게재
비우량물 수요는 찬바람
'구원 투수' 기대 있지만
"지원규모 충분하지 않아"
17일 신용등급이 AA인 LG화학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조87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LG화학은 회사채 발행규모를 8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날 신용등급이 A인 효성화학은 회사채 발행규모를 1200억원으로 수요예측을 했지만 70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시장에서는 한건의 매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고 산업은행이 미매각 물량 중 700억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전량 미매각은 면한 것이다.
최근 AA등급 이상 우량물에 대한 수요예측에는 발행규모 대비 몇 배 이상의 주문이 몰리고 있지만 이 같은 투자 열기가 A등급 이하 비우량물에는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일 신세계푸드(A+)와 하나에프앤아이(A), 제이티비씨(BBB0), SK인천석유화학(A+) 등 비우량물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신보가 '채권시장안정 P-CBO' 프로그램을 통해 예년보다 더 신속하게 회사채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상 신보의 P-CBO는 기업의 연초 자금계획 수립과 회계 결산 등을 고려해 3월말 첫 발행을 진행하지만 올해는 한달 가량 시기를 앞당겼다.
신보 관계자는 "비우량 기업 지원을 통해 회사채 시장 양극화 해소와 채권시장 안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물량을 조정하는 등 정부와 협의를 통해 회사채시장 안정 역할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지원 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회사채 등급도 BBB-이상으로 낮춘 만큼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캐피탈 업계에서 비교적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들까지 모두 지원대상에 포함되면서 자금경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P-CBO 지원만으로 자금경색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캐피탈 업체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들은 신규 영업을 완전히 중단할 정도로 자금 조달이 꽉 막힌 상태"라며 "P-CBO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4조원 규모의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개별 업체들이 변화를 체감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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