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알고케어-롯데헬스케어 아이디어 탈취 공방

"투자 미끼로 기술정보 도용"vs"디스펜서는 범용 기술"

2023-02-01 14:49:48 게재

알고케어 "구조·기능 등 모두 유사"

롯데헬스케어 "자료·정보 제공받지 않아"

중기부, 사실관계 파악 나서

헬스케어 기기개발을 놓고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대기업의 부인에도 스타트업은 법적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은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사실관계를 검토해 법적조치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알고케어(대표 정지원)는 2019년 11월에 설립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창업 이후 3년 2개월 동안 인공지능 기반 개인맞춤 영양관리솔루션 디스펜서(종이컵 휴지 향수 정제 등을 필요량만큼 빼내어 쓸 수 있게 된 장치) 개발에 몰두해 왔다.
롯데헬스케어 '캐즐'(왼쪽)과 알고케어 디스펜서의 구조와 외형. 사진 알고케어 제공

알고케어 디스펜서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박람회인 CES에서 3년 연속으로 4개의 혁신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올해 3월 출시를 앞두고 있어 기대가 높았다.

알고케이 디스펜서는 개인 건강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된 디스펜서를 통해 4mm 크기 알약 형태의 영양제를 제조한다. 앱으로 이용자의 의료·운동·생활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건강상태를 점검해 필요한 영양성분과 함량의 영양제를 공급해 준다.

◆CES서 3년 연속 혁신상 수상 = 2023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K-스타트업관의 알고케어 전시관은 갑자기 웅성거렸다.

"이거 똑같은 거 보고 왔는데." "이거 롯데에서 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관람객들은 알고케어 디스펜서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지원 대표는 곧바로 롯데헬스케어 부스를 찾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 '캐즐'(Cazzle)을 홍보하고 있었다. '캐즐'은 알고케어 디스펜서와 매우 유사했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롯데헬스케어의 아이디어 탈취를 고발하는 내용을 온라인에 올렸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미팅을 통해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해 캐즐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캐즐의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 등이 알고케어 제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롯데벤처스와 롯데헬스케어는 2021년 9~10월 알고케어에 투자와 사업협력을 제안하면서 알고케어와 여러번 미팅을 가졌다. 하지만 '제품 브랜드명'에서 이견을 보여 협력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정 대표는 "다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소비자에게 알고케어라는 브랜드로 판매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력논의는 끝났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투자논의 과정에서 롯데헬스케어에서 다양한 사업정보를 요구했다. △작동원리 및 구조 △ 카트리지 등 고유 구성품목 구조 △ 사업모델 관련 의료법, 건강기능식품법 등 제반 규제 검토 내용 △영양제 생산처와 생산방식, 유통기한 등 상세내용 △제품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 관련 정보 △알고케어의 모방제품(카피캣) 방어 전략 및 현황 등이다.

정 대표가 롯데헬스케어의 아이디어 도용 근거로 캐즐의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 등이 알고케어 제품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하나의 디스펜서에 여러개의 영양제 카트리지를 결합하는 구조와 LED가 점등하며 영양제가 기기 중앙 구멍에서 배합돼 토출되는 구조가 동일하다. 카트리지 토출부 중앙에 모터가 작동하는 것도 유사하다.

정 대표는 "알고케어 디스펜서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어 알고케어 시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장치"라며 "이런 이유로 CES에서 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의 투자논의 미팅 이후 1년여 만에 핵심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며 "공정거래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맞춤형은 일반적 = 롯데헬스케어는 전면 부인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이미 맞춤형 건강관리플랫폼을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디스펜서를 활용하는 모델이 일반적인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롯데헬스케어는 "개인맞춤형 영양제가 사출되는 디스펜서 사업모델은 2020년 CES에서 이스라엘 기업 뉴트리코(Nutricco)가 발표한 범용적인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협의가 무산된 이유로는 "알고케어 시제품 시연 중 문제점(높은단가 AS 생산 등)이 제기돼 이를 해결한 협력방안을 제시했으나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카트리지 유사성 여부에 대해서도 △카트리지 제품 적용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매우 일반적인 기술이고 △메모리칩이나 전자태그(RFID)기술 활용은 일반화된 공개 특허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알고케어로부터 어떤 자료나 정보(도면 등) 제공 받은 사실 없다"면서 "알약 토출 기능은 자체연구 통해 개발했으며 특허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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