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달러 펀딩 급감
미국 아닌 중국 상장 늘어
FT "중국정부 지원 확대"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달러 펀딩이 급감했다. 중국의 많은 신생 기술기업들이 미국 월가 대신 본국에서 펀딩을 받아 상장하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스타트업 빅데이터 플랫폼 'IT쥐쯔'(ITJuzi)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달러 투자액이 전년 대비 거의 3/4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총 투자펀딩 중 달러 비중은 2021년 39%에서 지난해 19%로 줄었다.
FT는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 중국정부의 기술기업 단속과 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기업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며 "동시에 중국정부의 지원이 크게 늘고 미국의 제재가 강해지면서 중국기업으로서도 위안화 펀딩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달러로 펀딩을 받는 중국기업들의 경우 보통 미국 뉴욕이나 홍콩에 상장한다. 반면 위안화 펀딩을 받는 경우 일반적으로 중국 상하이나 선전, 베이징에 상장한다.
홍콩 소재 스타트업 펀딩기업 '밍더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대표 저우샹은 "지난해 중국 벤처시장은 예년과 매우 달랐다"며 "과거 펀딩 절반이 달러 기반이었는데, 이제 70~80%가 위안화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기업, 특히 기술 스타트업들이 달러 펀딩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다. 잠재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창업자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정부 역시 스타트업 지원을 큰 폭 확대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반도체와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 상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와 벤처펀드에 대한 글로벌 투자도 크게 줄었다. 투자전문 리서치기업 프레킨에 따르면 중국펀드는 지난해 140억달러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21년엔 950억달러였다.
대표적으로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와 캐나다의 온타리오교직원연금 등이 중국 투자를 크게 줄였다. 이들은 중국경제 호황 때 중국에 투자해 막대한 이득을 본 바 있다.
미정부는 미국자본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면밀히 감시하는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또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돕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은 정부지침에 기반한 수백개의 펀드를 만들어 전략 기술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망한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을 '강소기업'(little giants)으로 지정해 국가적 투자와 저렴한 대출, 세제혜택, 인재채용 등 우대조치를 제공한다.
2019년 해당 정책이 시작된 이후 8997개의 기업들이 강소기업 타이틀을 얻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달러가 아닌 위안화 펀딩을 받았다.
위안화로 투자를 받게 되면서 강소기업들은 굳이 '가변이익실체'(VIE)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VIE는 해외자금을 조달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지난 20년 동안 사용한 우회상장 수법을 말한다.
실리콘밸리 펀드의 계열사에서 일하는 베이징 소재 한 투자자는 "중국기업 펀딩과 관련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도 달러 대신 위안화 펀딩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프트로봇 테크컴퍼니' 대표인 샘 가오는 "지난해 5월 중국공업신식화부(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로부터 강소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로봇이 연필이나 경단 등 다양한 물체를 집을 수 있도록 그립을 만드는 이 기업은 강소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베이징의 한 행정구로부터 5000만위안(약 95억원)을 투자 받았고 △은행으로부터 2000만위안을 저리로 대출 받았으며 △관계기관으로부터 각종 사업계약을 주선 받았다. 대표적으로 저장성 전 부서기가 이 기업의 진공 플라스크 자동화 생산시설과 관련된 1000만위안 규모 거래 성사를 지원했다.
가오 대표는 "전방위에 걸쳐 확실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