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가 고향사랑기부금 쓸어 갈라

2023-06-30 10:47:24 게재

서울·부산 사상 답례품에 대기업 상품·수입 소고기

농·어촌 지자체들 초긴장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에 맞지 않는 답례품들이 늘어나고 있어 논란거리다. 지역 특산품이 마땅찮은 도시 지자체들이 대기업 제품이나 수입 축산·수산물을 답례품으로 등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제도 목적과는 달리 기부금 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서울시가 답례품으로 등록한 롯데월드 이용권 3종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어드벤처(4만6000원) 서울스카이(2만6000원) 아쿠아리움(3만원) 등 학생이나 젊은세대가 선호하는 롯데월드 이용권 3종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제도 초기만 해도 서울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도를 마련한 이유가 재정이 열악한 지방 지자체들의 재정확충이었기 때문에 서울시가 굳이 나서서 많은 모금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지자체들과 모금액 규모를 두고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해진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해결책을 너무 손쉽게 찾아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공원인 롯데월드의 대표 이용권 3종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만약 이 답례품을 받기 위해 기부가 서울시로 쏠린다면 이 제도는 존립할 명분을 잃을 수 있다.

이 밖에 서울 성동구가 연예기획사인 에스엠타워 투어 프로그램(9만원)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약 30분간 서울숲에 위치한 에스엠타워를 둘러보는 상품이다.

도시 지자체들이 농축수산물 가공품을 앞세워 모금에 나선 것도 제도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가공 전 원재료들이 수입품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실제 부산 사상구는 매출 1000억이 넘는 대형 육류 가공업체 제품들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우선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소고기를 도축해 가져와 가공·포장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기부자들이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 제품을 버젓이 답례품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답례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단연 소고기다. 일본에서도 소고기 선물세트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우리도 등록된 소고기 답례품이 30일 현재 437개나 된다.

결국 도시 지자체들이 모금액 순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가장 인기 있는 소고기 선물세트를 마련한 셈이다.

사상구는 또한 이 업체가 판매하는 미국산 LA갈비세트도 함께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 CJ와 엔쿡이 제조·유통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대왕검정가자미를 조합해 만든 생선선물세트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답례품으로 선정한 지자체는 사상구 말고도 더 있다. 대구 동구가 등록한 고등어조림밀키트와 충북 제천시가 등록한 황기함초간고등어도 노르웨이산 고등어 가공식품이다.

행정안전부가 제도 시행 초기 각종 규제로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사이 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행안부는 아무런 대안 없이 손을 놓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비록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답례품이지만 제도를 홍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특별히 문제가 되는 답례품들은 지자체와 협의해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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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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