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사각지대' 어떻게 메울까

2023-09-21 10:58:34 게재

8년간 출생신고 안 된 외국인 아동 약 4000명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필요성 수면 위로

미등록 이주아동·혼인 외 출생자 '입법과제'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알리도록 한 출생통보제 도입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과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아동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아예 출생신고 대상이 아니거나 절차의 복잡성 또는 어른들의 각종 사정 때문에 존재하되, 서류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20일 국회에선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들을 차별 없이 출생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영주 국회부의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이 존재한다"며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진성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은 한국이 1978년 가입한 인종차별철폐협약의 관점에서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위원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4년에 한번씩 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는데 한국은 2019년 심의를 받았다"면서 "보편적 출생신고를 속히 정비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에서 외국인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출생신고가 체계적으로 누락되고 있다는 점,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가 어렵다는 데 우려를 표하며 이같은 권고를 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최근 8년간 병원에서 태어난 아동 중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 약 6000명을 찾아냈는데 이 중 약 4000명은 외국인 아동이었다. 현행법상 외국인 아동은 부모의 국적지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출생신고 의무가 없다.

정 교수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어린이들이 국적과 법적 상태와 관계 없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면서 "미등록 외국인의 아이들에게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세심한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건의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아동에게 출생등록제도를 확대하는 법률안의 취지는 아동 인권에 관한 국제법과 관행에 따른 대한민국의 의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으로 높이 평가된다"는 의견서를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아동의 출생등록 문제도 입법과제 중 하나다.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등록 문제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더라도 민법상 친생추정규정과 충돌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출생 후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의 김 진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법안, 미혼부 및 혼인 외 출생한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법안도 발의돼 있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든 아동의 누락 없는 출생등록을 위한 입법 및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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