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공공도서관│로테르담중앙도서관
'시민과 장소의 융합' 강조 … 곳곳에 열린 공간
르네상스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 공간에서 학생들 토론 활발 … "지식정보 무료 접근 중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되다시피 한 로테르담의 재건이 중요했습니다. 시민들이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 차원에서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눈에 보이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민들이 도시에 다시 자긍심과 희망을 갖고 시민들 간, 시민과 도시가 융합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독특한 건축물로 널리 알려진 큐브하우스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로테르담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희망을 갖고 일상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죠."
◆시민들이 협력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를 = 8월 22일 방문한 로테르담중앙도서관(de Bibliotheek Rotterdam)의 마졸린 몰레나르(Marjoleine Molenaar) 사서는 창밖으로 한눈에 보이는, 인근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 큐브하우스에 대해 얘기하면서 안내를 시작했다. 설명에 로테르담의 역사와 로테르담이 건축으로 유명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큐브하우스 등 유명 관광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높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모습이었다. 이날 개관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도서관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수십명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400여년 전 인근 교회에서 당시엔 으레 그랬듯, 남성 위주 폐가제 형태의 도서관으로 시작했다. 1930년대 다른 장소로 옮긴 도서관은,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이 더욱 활성화하면서 1983년 지금의 건물을 건립했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보다 더 잘 이용하고 시민들과 도서관이 융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마졸린 몰레나르 사서는 "서가 높이를 낮추고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늦췄으며 곳곳에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도서관에 들어선 시민들이 한눈에 서가를 살펴보고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장소와 융합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시민들이 장서 및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력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로테르담 역사 보여주는 공간 = 로테르담중앙도서관에는 12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 재건 당시 발굴된 배가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놓여 있다.
배가 놓인 벽면에는 로테르담의 역사를 설명하는 그림들이 시각화돼 있다. 전쟁을 겪고 나서 고통 속에서 도시의 역사를 잊었던 시민들은 배의 발굴을 접하면서 1200년대 강과 댐이 있었던 도시의 역사를 차츰 기억하기 시작했다. 로테르담의 '담'은 댐을 의미한다. 마졸린 몰레나르 사서는 "도서관은 역사를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시민들이 로테르담의 역사를 아는 것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할 때, 이곳에서 로테르담 역사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지식정보는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에 배가 놓인 이유를 덧붙였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에는 에라스무스와 관련해 학생들이 흥미롭게 이해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에라스무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출신 르네상스시대 인문학자로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친필편지 4통 등 에라스무스 관련 5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에라스무스 공간은 에라스무스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에라스무스의 정신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도서관은 이 공간을 견학하는 학생들에게 팔찌를 채워주며 학생들이 이 팔찌를 에라스무스 어록이 적힌 전시물에 갖다 대면 해당 문구를 읽어주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에라스무스의 어록과 관련해 토론하게 된다. 마졸린 몰레나르 사서는 "에라스무스의 인문학 정신은 오늘날에도 살아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생각을 갖추기 시작하는 12세 이상의 학생들이 에라스무스의 인문학적 철학적 사고를 갖출 수 있도록 공간을 갖췄다"고 말했다.
◆시민들, 휴식하며 체스 즐겨 = 다른 쪽에는 다양한 사진과 그림 등 이미지들이 모자이크처럼 구성돼 하나의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 앞에는 해당 이미지들과 관련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설물이 마련돼 있었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 담당자는 "이미지들을 통해서 비판적 사고 능력과 비교 대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으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주제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아카이빙하고 전시하고 있다"면서 "100년 후의 사람들이 이 이미지들을 보면서 '100년 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예측하고 역사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로테르담중앙도서관 탐방은 가장 높은 층에서부터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진행됐다. 가장 높은 층은 시민들이 조용한 곳에서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올수록 소음이 점점 더 커지는 공간인 어린이실 등을 배치했다. 2층에는 청소년들이 공연, 워크숍을 즐기며 다양한 교육과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마련됐다. 행사가 없을 때는 누구나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시민들끼리 자연스럽게 만나고 휴식하며 체스 등 가벼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1층 로비는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활용했으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형 체스판이 마련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대출률 대신 활동 참여자 수 중시 =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비영리단체인 로테르담도서관재단이 운영하며 분관 20개관을 두고 있다. 250여명이 근무하며 3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한다.
장서의 경우, 72만3000종을 갖췄다. 네덜란드의 경우, 개별 공공도서관별로 전자책 등 전자자원을 서비스하지 않으며 국립도서관에서 총괄해 서비스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전자자원은 소장하지 않고 있다.
2022년 기준 125만건이 대출됐다. 다만, 로테르담중앙도서관은 대출률을 중시하지 않으며 로테르담시에서도 도서관 평가 지표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방문자와 활동 참여자 수를 중시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도서관을 신설하며 정책 결정을 할 때, 고령화 추세, 디지털 기술, 지역의 빈부 격차, 교육 기회의 차이, 이민자 등을 살펴본다.
한편 네덜란드의 경우 공공도서관 역할을 법에서 5가지로 규정했다. △지식과 정보를 이용 가능하게 함 △개발 및 교육 제공 △읽기 장려 및 문학작품 읽기 확산 △모임과 토론을 조직(시민사회 활동 지원)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력 및 접근성 향상이 그것이다.
평가 관련, 모든 공공도서관은 네덜란드공공도서관협회에 운영 자료를 제공하며 협회는 이를 수집, 비교한다. 추가적으로 도서관 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CBCT'라는 기관이 있다.
공공도서관의 각종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를 7가지 규범에 따라 평가한다. 7가지 규범은 △사명과 비전, 전략과 정책 △방법 △사람 △협업 △장서 및 서비스 △결과와 책임 △규정 준수로 구성된다.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