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자 사회복귀
비약물 지원, 암경험자 사회복귀에 도움 커
암유병자 227만명 넘었지만 지지기반 약해 … 음악 예술 치유농업 등 활성화 필요
노인인구의 증가는 암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급증을 낳는다. 우리나라 국민이 일생 동안 암에 걸릴 가능성은 35.3%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5년 이상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암경험자들은 재발의 두려움, 달라져야 하는 생활습관, 이전 일터로부터 이탈 등 힘든 삶에 빠져 있다. 하지만 암경험자들의 사회적 일상복귀를 돕는 지지체계는 아직 발달되지 않았다. 만들어 진 지지체계는 확산이 더디다.
암경험자들의 온전한 건강한 사회복귀 환경과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암경험자 사회복귀 지지사업과 사회 각계에서 자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활동들을 살펴보고 공유한다.
암질환 치료 후 생존하는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전국민 대비 암생존자는 1.5%에서 2019년 4.2%로 늘었다. 전체 유병자수는 227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퇴원 후 가정과 지역에서 충분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합병증과 재발 전이 등 위험에 힘들어하고 사회적 고립 등으로 정서적 불안과 우울 등 심리사회적 문제를 경험한다. 이에 암질환 치료 중인 환자와 치료 이후 환자, 가족 보호자 등에 대한 지지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강현욱 중앙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서비스중앙지원단장은 22일 제5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서 "진단과 치료기술의 향상으로 암생존율이 증가하고 있어 암생존자와 가족에게 다양한 심리사회적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은우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원장은 같은 날 "암환자 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도입해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며 "의학적 모형에서 나아가 사회적 모형을 응용한 퇴원 후 암환자 관리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상돌봄서비스, 암환자에 연계 가능 = 암경험자들은 생존단계별 다양한 경험을 하며 힘들어 한다. 암진단 이후 2년 이내 급성기 치료단계에 생존을 위한 의학적 치료에 전념하며 암진단으로 인한 충격과 불안을 경험한다. 초기생존단계(2년∼5년이내)에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치료 이후 후유증, 쇠약해진 육체의 한계를, 5년이 지난 장기 생존단계에서는 사회로 돌아가려하지만 취업이나 암이라는 질병이 남긴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경험한다.
의료비 부담으로는 비급여 영역의 지출과 치료 부작용 관리 비용이 있다. 간병 부담으로 가족 간병 어려움, 간병인 서비스 이용 부담이 있다.
강 단장은 암경험자 사회복귀를 위한 '일상돌봄서비스'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일상돌봄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 가족돌봄청년에게 월 24시간 혹은 12시간 재가 돌봄과 가사를 제공하는 기본서비스와 병원 동행, 심리지원, 교류증진 등 특화서비스가 있다.
강 단장은 "인구·가족 구조 변화로 가족의 기능과 역할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돌봄 요양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복지수요 대응을 위한 일상돌봄서비스는 암환자 사회복지 자원으로 연계 가능성이 있다"며 "서비스 내용은 암환자 거주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득기준 완화와 폐지로 서비스 이용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고 부담능력에 따른 지불체계를 마련해 중산층 이상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우선 순위도 소득이 아닌 욕구를 기반으로 하되, 정부지원과 본인부담 비율은 소득에 따르도록 한다.
◆외로운 암환자에게 재밌고 활기찬 서비스를 = 남 원장은 암환자 사회복귀에 사회적 처방을 강조했다. 사회적 처방제도는 비약물적 서비스를 활용해 환자들이 삶을 잘 살고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영국 정부가 국민의 고독(Lonelines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과 유사한 국민건강서비스(NHS)가 맡고 있다.
남 원장에 따르면 사회적 처방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관리와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하도록 한다.
암환자에게 지원 가능한 사회적 처방으로 상담, 음악과 예술, 사회적 원조가 다뤄진다. 암에 걸린 사람들의 1/4은 암으로 인해 외로움을 겪고 있다. 암진단 후 많은 사람들이 상담에 대한 심리적 욕구를 갖고 있다.
음악 등 예술활동은 사회적 처방을 쉽게 하는 잘 연구되고 입증된 수단이다. 암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노래를 함께 배우는 동안 우정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한다.
2차 진료로써 추적 관찰을 진행 중일지라도 치료와 정기적인 진료를 마치면 환자들은 소외되는 기분을 느끼지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원조로 지역서비스기관를 소개한다.
그린 사회적처방이 있다. 외부활동을 촉진시켜 신체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는 텃밭 활동, 숲에서 걷기와 같은 새로운 숲치료 개념이 그린 사회적처방의 일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실내 원예활동도 신체활동을 촉진하고 정서안정에 도움된다.
◆일과 치료 병행할 수 있는 지원 = 국립암센터가 주관 혹은 연계한 암환자 사회복귀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이용한 암환자들은 건강상태나 삶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 리빙랩 기반 시니어 암생존자 일상생활 복귀지원(돌봄인형) 시범사업' 결과 프로그램 전후 삶의 질이 6.43점에서 8.00점으로, 건강상태가 5.86점에서 8.00점으로 개선됐다. 돌봄인형은 복약관리 정서적지지 생활관리 등을 수행한다. 효돌,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 국립암센터가 함께했다.
'2023년 늘봄텃밭 프로그램' 전후 평가를 보면 삶의 질이 7.64점에서 8.27점으로, 건강상태가 7.71점에서 7.73점으로, 자아통합감이 3.63점에서 3.71점으로 개선됐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과 국립암센터, 만듦협동조합이 협력해 사회적 도시농업 연계 텃밭 농장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으로 암환자 치유 돌봄과 사회복귀 모델을 구축했다.
'원예치유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이 6.27점에서 8.14점으로, 건강상태가 6.4점에서 7.93점으로, 자아통합감이 3.42점에서 3.91점으로 개선됐다. 국립암센터와 고양특례시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했다. 사계절 건강텃밭프로그램도 있다.
리본센터에서 진행한 '굿즈제작 교육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이 5.57점에서 8.60점으로, 건강상태가 6.14점에서 8.60점으로, 자아통합감은 3.44점에서 3.82점으로 개선됐다. 미술연계활동을 통해 전문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참여자가 직접 그린 케릭터 작품을 활용해 굿즈를 제작한다. 서양매듭 공방프로그램, 니팅 공예 교육프로그램 등이 있다.
암환자 사회복귀지원 및 네트워크 활성화 목적으로 리본(Re:Born)마켓이 열렸다. 지난해 암환자 창업업체 6개, 올해 8개 부스가 참여했다. 암환자가 마켓에 참여해 판매하는 능동적인 사회복귀 기회를 제공한다.
이광미 국립암센터 암환자사회복귀지원센터장은 "일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복귀 문화를 조성하고 취업 창업이 필요한 암환자의 선제적 발굴을 시도하겠다"며 "시니어 암환자-소아청소년암 및 보호자 맞춤형지원 사업과 암종별 맞춤형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