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고 파산 늘어

2023-12-04 00:00:01 게재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절반 육박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조달한 채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영업을 통해 이자도 갚기 어려운 기업이 늘어마녀서 중소기업 파산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988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제 2금융권 대출(423조원)까지 합치면 총 1421조원에 달한다. 부채 총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리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5.3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연속 5% 이상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62.1%는 실제로 5% 이상의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0월 불과 3.0%에 그쳤던 5% 이상 대출금리 비중이 2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커졌다는 의미다.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49%로 지난해 9월(0.27%) 대비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 9월 0.27% 이후 올해 8월(0.55%)까지 꾸준히 늘어나다 9월에 소폭 하락했다. 다만 은행들이 매 분기 말에 부실한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해 털어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의 상환능력이 실제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은행권은 향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금융기관 대출행태를 조사한 결과,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 수치는 1분기(3)와 2분기(0)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그만큼 대출을 깐깐히 하겠다는 의미이다.

중소기업 경영상황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가운데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은 42.3%에 달했다. 이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21년(40.5%)보다 1.8%p 상승한 수치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갚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한은은 대기업에 비해 영업환경이 힘든 중소기업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부채상환능력이 저하하면서 법원에 신청하는 파산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치이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분석된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부실기업은 불가피하게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사전구조조정제도'를 도입해 채무자와 기업이 협의해 중소기업의 향방을 빨리 결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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