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4.50% 동결…6월 금리인하 전망

2024-04-12 13:00:19 게재

라가르드 총재 “연준 아닌 지표 의존” 강조

“물가 확신 들면 인하 시작 적절” 첫 언급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며 대내 디스인플레이션을 감안해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ECB의 통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첫 금리인하 시기로 6월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발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열린 ECB 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금리인하의 포문을 연 ECB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는 연 4.50%로, 수신금리는 연 4.00%, 재융자금리,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50%, 연 4.75%로 동결했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5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 3.50%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사이 금리 격차는 1.00%p로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ECB는 미 연준과의 차별화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일부 위원들은 4월 인하를 고려했으며 다수 위원들은 6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CB는 6월 경제 전망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강화된다면 통화 긴축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성명문에 명시했다. 그러면서 “ECB의 주요 금리가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판단된다”며 “데이터에 의존하며 회의별로 접근하는 방식을 계속 따르고, 특정한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견해를 유지하면서 통화완화를 시사하는 언급이 통화정책방향 자료에 추가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라가르드 통재는 “ECB는 연준이 아닌 유로존 데이터를 중시한다고 누차 강조”하며 “환율 약세에 따른 물가 상방 리스크도 경제 전망에 반영되겠지만, 물가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ING의 거시경제 전략가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AP통신에 “ECB가 공식 정책발표에서 금리인하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6월 금리인하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었다”고 해설했다.

◆공격적인 인하 전망은 부정 = 시장전문가들은 ECB의 6월 인하 시작은 사실상 확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공격적인 인하전망은 부인했다.

ECB 위원들 내부에서는 금리인하 속도 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ECB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인하 사이클 진입을 시사하면서 동시에 과도한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해 인하 경로를 사전 확약하지 않고, 매 회의마다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제시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보다 폭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은 ECB가 올해 0.25%p씩 모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임금 둔화와 신용 위축을 감안하면 6월 금리인하 정당성은 충분하다”며 “6월부터 점진적 인하 후 4분기 연속적 인하로 선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PMI 기준 서비스 경기는 확장 국면에 재진입했고 서비스 물가 또한 높은 레벨이 유지되고 있기에 ECB의 공격적인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저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기에 초저금리 회귀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또 ECB의 독립적인 정책 결정을 강조했으나 미국발 금리 하방 경직성은 유로존 금리 하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미국 시장은 소비자물가 반등으로 6월 금리인하 전망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ECB가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현재 1.00%p인 금리 차가 더 벌어질 경우 유로존에서 미국으로 돈이 몰리고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사항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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