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개발생산·복제약 중심에서 글로벌 헬스케어시장 진출

2024-05-22 13:00:21 게재

[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③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

지난해 매출 2000억원 돌파, 제네릭 등 주력사업 수익창출 안정적

바이오벤처 투자·M&A로 성장동력 확보 … 아시아시장 집중 공략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다니던 대학원을 중간에 그만뒀다. 병환에 시달리던 부친이 경영승계를 굳혔고 회사로 불러들였다. 한참 경영수업 중이던 1997년 투병 중이던 부친이 별세했다. 모친을 도우며 회사 일에 본격 뛰어 들었다.

막막했다. 문과(경영학과) 출신이었기에 제약업을 이해하는데 버거웠다. 부친의 일으킨 사업을 망칠 수 는 없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겸손하고 성실하게 하나하나 기초부터 배워나갔다. 가장 취약한 영업에 뛰어 들었다.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돌아다녔다.

2005년 40세에 대표직에 올랐다. 업계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2013년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이사장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피부과 처방의약품 1위, 비뇨기과 처방의약품 5위, 세계 최초 줄기세포 키트 출시(2016년), 코스닥 상장(2018년), 세계 최초 조루증 치료복합제 국내 허가 획득(2014년). 지난해 매출 2157억원에 영업이익 146억원, 당기순이익 118억원.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은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가 이룩한 성과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제네릭(복제약) 판매와 CDMO(위탁개발생산) 등 국내사업을 넘어 글로벌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헬스분야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는 2세 경영인으로 부친이 창업한 제약회사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제2창업에 나섰다. 사진 동구바이오제약 제공

◆부친사업 이어 성장 일궈 = "기존 사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 토탈헬스케어 글로벌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지난 3일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만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의 비전은 ‘글로벌’이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제네릭(복제약) 판매와 CDMO 전문기업이다. 병원처방약으로 불리는 전문의약품은 피부·비뇨기과 중심으로 내과 이비인후과 등 374개 허가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피부·비뇨기과는 국내시장 1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비인후과는 11위다.

피부과 처방 1위 비결은 기술력에 있다. 핵심기술은 MLE과 DDS다. MLE은 피부장벽이라고 부르는 라멜라구조와 동일한 기능으로 실제 건강한 피부구조를 재현해 준다. DDS는 약물전달체계 개선기술로 약물효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개선시켜 준다.

경기도 화성에 최첨단 설비를 갖춰 다양한 제형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불용성 의약품의 가용성화기술과 연질캡슐 제조특화기술로 연질캡슐 생산액은 국내 2위다.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실적도 성장세에 있다. 2019년 125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15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도 65억원에서 14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씨티씨바이오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조루복합제 개량신약 개발을 완료하고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취득한 것도 개발여력과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허가받은 조루복합제는 조루증 치료에 사용되는 클로미프라민(컨덴시아정)과 발기부전치료제 실데나필(비아그라정)의 복합제로 구성됐다.

기존 사업의 미래도 밝다. 피부과와 비뇨기과 등 주력제품 경쟁우위가 여전하다. 국내외 정책으로 제네릭 의약품시장과 CDMO시장의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의 안정적 성장은 조 대표의 내실경영 전략의 결과다. 안정적인 수익창출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한 것이다. 제약산업 특성상 갑작스런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내실경영으로 글로벌진출 기반 마련 = 조 대표와 동구바이오제약은 기존사업을 기반으로 바이오 분야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착실히 진행했다. 이제 글로벌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자가지방 줄기세포추출 키트 ‘스마트X’는 동구바이오제약의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분야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스마트X는 인체 특정부위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유방 등 다른 신체부위에 주입할 수 있는 시술장치다. 세포손상이나 오염 등이 거의 없고 수백만원대의 장비로도 시술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특허도 획득했다.

최근에는 본격 투자와 기업인수합병(M&A)에도 뛰어 들었다. 이를위해 2021년 투자전문 자회사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본사에서는 시너지를 낼 전략적투자(SI)에 집중하고 로프티록에서는 재무적투자(FI)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바이오벤처 12개사에 투자했다.

조 대표는 “올해 매출 3000억원 달성 후 그 이상을 준비하려면 글로벌 생태계를 짜고 상생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투자와 M&A의 기본원칙이 개방형혁신임을 강조했다.

2012년에 펩타이드 면역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노바셀테크놀러지에 70억원을 투자,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에도 디앤디파마텍, 뷰노, 지놈앤컴퍼니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2일 상장한 디앤디파마텍은 약 130억원의 미실현이익을 안겨줬다. 투자 6년만의 성과다.

올 3월에는 저선량엑스레이 개발전문기업 오톰에 20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오톰은 기존 엑스레이 기기의 방사선 노출을 대폭 줄인 혁신적인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폐암 폐결핵 폐렴 결절 등 다양한 질환판독 인공지능(AI)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동구바이오제약이 확보하고 있는 아시아 유통망을 활용해 휴대용 엑스레이와 다양한 진단소프트웨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셈이다.

최근에도 신약개발기업 큐리언트에 100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두 회사는 피부질환 분야에 집중할 전망이다. 큐리언트는 아토피 피부염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Q301’의 미국 2b상을 완료한 상황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큐리언트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토탈헬스케이 기업 도전 = 조 대표는 아시아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라오스 최대 민간기업 LVMC 홀딩스와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핀 베트남에 올 2월에는 몽골 의약품제조회사 문킨툰, MEIC와 합작 몽골현지공장 설립과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아가려는 전략이다.

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투자와 M&A를 지속할 예정이다. 그가 꿈꾸는 ‘예방-진단-치료-관리’를 모두 다르는 토탈헬스케어 글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부모로부터 성실과 근면, 열정을 배웠다. 두 분이 땀방울이 실패하지 않게 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조 대표는 부모세대의 노력을 기반으로 이제는 직원들과 함께 제2창업에 나섰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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