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깜짝 성장’ 했다는데 가계 실질소득은 1.6% 감소

2024-05-24 13:00:29 게재

명목임금 1.4% 올랐지만 물가 3%↑

1분기 1.6% 감소는 7년 만에 최대

적자 가구 비율도 5년 만에 최대로

내수·가계 살아나야 지속성장 가능

올해 1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임금보다 물가가 훨씬 더 오른 탓이다.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대기업들이 상여금을 대폭 줄인 것도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적자가구 비율도 201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1분기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4% 늘었다. 반도체 업황과 수출이 살아난 영향이다.

정부는 ‘깜짝 성장’이라고 반겼다. GDP는 늘어났다는데 실제 국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

공교롭게도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에 26조원 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GDP 성장이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겉도는데, 정부 정책은 대기업 지원에 더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경제정책 기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이진석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국민지갑 비는데 반도체 26조 지원? =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이었다.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1.6% 감소했다.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가계 소득 감소는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이 329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영향이 컸다. 1분기 기준 근로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이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실질근로소득은 3.9% 줄었다. 근로소득 감소는 삼성·LG 등 대기업의 상여금 감소로 고소득층 급여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세금·이자 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107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때문에 이자 비용(11.2%) 부담이 큰 폭으로 커졌다. 3% 안팎의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1분기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로 변동이 없었다. 지출은 늘었지만 물가가 올라 실제 소비 규모는 이전과 같았던 셈이다.

◆고금리에 이자로만 11.2% 지출 = 고공행진 중인 ‘밥상물가’가 전체 지출을 끌어올렸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2% 늘었다. 항목별로 과일 및 과일가공품 구매액이 지난해보다 18.7% 증가했고, 채소 및 채소가공품도 10.1% 늘었다. 외식 소비가 포함된 음식·숙박 분야 지출도 42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었다. 반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 감소는 주류·담배(-1.2%), 의류·신발(-4.1%), 주거·수도·광열(-1.0%), 교통(-2.4%), 통신(-1.0%), 기타상품·서비스(-4.8%)이었다.

세부품목별로 지출 증감 현황을 봐도 과일 가격 급등 영향이 확인됐다. 1분기 과일및과일가공품 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18.7% 급등했다.

하지만 실질지출 증가율은 –11.7%에 그쳤다.

◆26.8%가 적자가구 = 이 때문에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4% 늘어난 404만6000원이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3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했다. 3개 분기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적자 가구 비율은 26.8%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 내역을 보면, 소득 최하위 20% 가구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분기 115만7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7.6% 증가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은 1125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2.0% 줄어들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점유율은 4.3%에서 4.5%로 소폭 올라갔고 5분위 가구 점유율은 45.5%에서 44.0%로 소폭 하락했다.

1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액은 151만4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5%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95만5000원이었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137.4%로 나타났다. 전년 동분기 대비 16.3%P 하락했다. 저소득층은 소득보다 더 큰 지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 회복 못하면 ‘깜짝성장’ 헛일 = 가계 실질소득 감소는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뿐 아니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수출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규모로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깜짝 성장’을 기록한 뒤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반도체 수출 호황에 기댄 측면이 크다. 내수 부진과 물가 불안 등 국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수출의 반도체 편중 현상으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1.8%)이 지난해(1.8%)와 같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재의 고금리·고물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소비 부진을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해 2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0.1%→0.3→0.2%→0.8%)은 GDP 성장률(0.6%→0.6%→0.6%→1.3%)을 계속 밑돌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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