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그림자 | ②멀어진 국민

당내 당직·특위 등 매달려…법안심사 ‘외면’

2024-05-28 13:00:09 게재

국회법 위반, 회의 한번에 법안 11개씩 통과

‘월 3회 법안소위 개회’ 지킨 상임위 없어

국회의원과 국민의 간극이 더 멀어졌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바쁘다. 의원들을 가장 숨가쁘게 만드는 건 입범활동이 아니라 당직과 당내 특위다. 지역구 행사도 챙겨야 하고 의원 연구단체 활동도 무시할 수 없다. 입법활동은 우선순위에 밀렸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핵심 업무로 알려진 ‘입법 심사’에는 시간을 내는 데 인색했다. 한 달에 3회 이상 법안을 심사하기로 법안에 명문화한 스스로의 약속은 전혀 지키지지 않았고 당원과 지역구민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청원 5만명’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 참석한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4년간 17개 상임위원회의 28개 법안소위는 모두 830번 열렸다. 법안소위별 평균 29.6번 개최됐다. 1년에 7.4번, 한 달에 0.6번의 법안소위가 열려 법안을 심사한 셈이다.

이는 국회법 위반이다. 민생을 외면한 정쟁으로 불거진 불신을 깨기 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집어넣은 조항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국회법 57조 6항에는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매월 3회 이상 개회한다’고 돼 있다. 20대 국회였던 지난 2019년 4월 ‘월 2회 법안소위 개최’를 의무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21대 국회 들어 2000년 말에 ‘법안소위 매달 3회 이상 개최’를 의무화했다. 매달 상임위 전체회의는 최소 2차례 열도록 했다. 제49조의2에서는 상임위 개회일시를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2시로, 소위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로 못 박아 놨다.

하지만 이 법 조항은 태어나자마자 사문화됐다. ‘월 3회 법안소위 개최’를 지킨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달에 평균 1회 개최한 행안위가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다. 두 달에 한 번 이하(월 평균 0.5회)로 열린 상임위가 운영위 과방위 외통위 국방위 문체위 복지위 여가위 정보위 등 8개나 됐다. 법안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법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어려워진다. 4년간 법안 9453개를 처리했다는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법안소위 한 번 열 때마다 평균 11.4개의 법안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된다. 충분한 숙고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림 심사로 부실 입법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쏟아내 놓고는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것을 보면 법안 제출이 통과가 아닌 실적 쌓기용이나 지지층 달래기용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면서 권리는 입법이므로 입법 심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당원이나 당에 기속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 국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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