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위기론’ 첫 언급…검, 징역5년 구형
검찰 “경제정의와 공정 경쟁 헌법 가치 훼손”
이재용 “어려운 상황 반드시 극복” 선처호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등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최근 제기된 ‘삼성 위기설’을 공식 언급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은 경제정의와 공정 경쟁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1심때의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3일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삼성 위기론’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하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며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검찰은 1심 때와 같이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하고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선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밖의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4~3년을, 삼정회계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을 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들로부터 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했다”며 “결국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심 당시 절차적 위법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주요 증거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의) 제반 절차를 준수했다”며 “압수된 정보 저장 매체 전부가 은닉 대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설령 절차에서 일부 위법 절차가 있었더라도 실체적 정의 절차 구현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한 증거 수집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고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과 함께 넘겨진 최 전 실장, 장 전 차장 등 14명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