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란 수사’ 믿을 수 있나

2024-12-09 13:00:25 게재

박세현 본부장, 윤 대통령·한 대표·김주현 민정수석과 인연

지휘부도 근무인연 … “검찰, 수사 주체 될 수 없어” 주장도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나섰지만 특수본이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특수본 지휘부 인사들이 윤 대통령,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수본을 이끄는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을 맡아 외국 형사사법기관과의 교류 및 국제수사공조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을 거친 박 본부장은 윤석열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2022년 9월 차장검사급인 서울고검 형사부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9월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냈다. 박 본부장은 올해 9월 서울고검장에 보임됐다.

박 본부장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깊다. 김 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던 2014년 박 본부장은 검찰과에서 인사 담당 업무를 했다. 당시 검찰과장이 심우정 검찰총장이다. 한 현직 검사는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면 인사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며 “검찰국장-검찰과장-인사담당 검사는 엄마와 아들과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한 대표와의 관계도 회자된다. 박 본부장은 한 대표의 현대고, 서울법대 후배다. 김대중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박 본부장의 부친 박순용 변호사와 한 대표의 장인인 진형구 전 대전고검장도 절친한 관계였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김의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검에서 진형구는 감찰부장을, 박순용은 중수부장이었는데 둘이 동갑이고 술을 좋아해 제일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고 적었다.

박 본부장 뿐 아니라 특수본 지휘부도 윤 대통령과 근무인연을 갖고 있다. 특수본 수사 및 공보를 맡은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중앙지검에서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맡았던 2019년에는 대검 검찰연구관을 지냈다.

특수본 수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부장검사 가운데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과 최재순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도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인연을 갖고 있다. 특수본 지휘부 중 윤 대통령과 직접 근무 인연이 없는 건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이 유일하다.

이렇다보니 검찰 안팎에선 특수본 구성에서부터 수사 의지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무관하지 않은 박성재 법무장관과 김 민정수석이 수사팀 구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조직 특성상 법무부 장관 승인없이 특수본을 가동하기 어렵다”며 “특수본 구성에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이 관여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특수본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은 내란이 아닌 직권남용으로 축소하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잡고 검찰 수뇌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번 내란 수사에서 검찰은 결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박 본부장과 한 대표의 인연을 언급하며 “혹시 윤석열과 한 대표 사이에 ‘내란죄만큼은 피하게 해달라’거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다 한 것이니 그렇게 엮자’는 밀약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본부장은 8일 특수본 출범 후 첫 브리핑을 갖고 “이번 국가적인 중대사건에 대해 어떠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도 “특수본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에 일체 보고를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법무부 보고없이 검찰총장 책임 하에 특수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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