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어 권한대행 탄핵심판, 헌재 고심
두 사건 우선순위·진행방식 등 논의할 듯
‘6인 체제’ 장기화 우려, 선고 가능 여부도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까지 접수되면서 헌법재판소가 고민스런 상황이다.
30일 헌재 등에 따르면 6명의 헌법재판관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도 한 총리 탄핵심판의 절차와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된 직후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사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헌재는 두 사건의 우선순위와 진행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탄핵심판 중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 역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수행 과정에 접수된 것으로 사안의 중대성이 윤 대통령 사안 못지않아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총리 탄핵과 관련해 국회 의결정족수 문제를 들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황이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그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가결 요건으로 적용해 표결에 부쳤다.
이에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할 때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200석)를 적용해야 하는지,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에 대한 일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151석)를 적용해야 하는지 해석을 내려야 한다.
한편 헌재는 ‘6인 체제’ 하에서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계속할 전망이다. 한 총리 탄핵소추 이후 헌재의 재판관 6명 체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위헌·탄핵 등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는 6명이다. 이론적으로는 현직 재판관 전원이 동의한다면 결정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6인 체제로 선고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해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 신임 재판관 임명을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몫 재판관 3인의 추천 배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이유로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상당 기간 추천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달 중순 여당 1명·야당 2명으로 추천이 이뤄진 이후에는 연내 9인 체제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신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됐고 뒤를 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시고 계신다”고 말하는 등 권한대행의 임명권 논란이 벌어지면서 ‘6인 체제’가 예상외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는 10월 이후 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계류된 사건의 결정 선고를 미루며 충원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신임 재판관을 임명할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잇달아 탄핵소추되고 관련한 헌법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더 큰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한편 민주당은 최 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추가 탄핵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국무위원들이 순서대로 탄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내년 4월에 퇴임한다.
한편, 한국법학교수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한 전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보류·거부는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한 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한 총리를 비판했다.
장세풍 김선일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