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다던 면세점 눈물의 폐점

2025-01-08 13:00:02 게재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폐업수순 … 중국관광객 안오고 고환율로 비싸져

황금알을 낳는다던 면세점 업계가 매출부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관광객 감소와 12·3 내란사태이후 고환율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신세계센텀시티소재)은 폐점을 결정했다. 문만 열면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엔데믹(풍토병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실적은 되레 악화됐다. 면세점 3사(신라·롯데·신세계면세점)의 2024년 3분기(누적 기준) 합산 매출액은 6조4215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55억원) 대비 9.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곳 모두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전경.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센텀시내내에 입점해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제공

인천국제공항 출국객이 3227만명(2024년 1~11월 누적 기준)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3248만명)의 99.3%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면세점 큰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오지 않고 있어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큰손이 오지 않은 면세점은 고가상품은 팔리지 않고 저가 상품만 팔린다는 한숨이다. 면세점 1인당 객단가는 42만4560원(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년동기(54만4952원)대비 22.0%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3 내란 사태로 면세점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관광업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통상 여행 1~2개월 전에 항공권 등을 예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란 사태 여파는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는 점도 면세점 가격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또 외국인 관광객 쇼핑 선호도가 과거 면세점 위주에서 ‘올다무’(CJ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와 같은 가두매장 위주로 변화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면세업 불황은 부산이 더 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지역 면세점 이용객 수는 6만4046명으로 매출액은 128억8187만원을 기록했다. 이용객 중 내국인은 4만9498명, 외국인 1만4548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면세점 이용객 수는 79만3163명, 매출액은 7380억가량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되는 양상이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불황이 지속되자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때 직원 80%가 희망퇴직해 총 80명 직원 중 15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브랜드 이탈도 가속해 현재는 영업면적 25%가 축소된 상태이며, 영업일도 주말을 제외한 주 5일로 단축됐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2026년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은 상태다. 특허권 반납을 위해서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와 절차가 필요한 상태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측은 면세점이 폐점하면 센텀시티를 방문하는 일반 쇼핑객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운영할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 있던 면세점도 폐점이후 ‘하우스오브신세계’로 탈바꿈해 매출을 극대화한 경험이 있다.

한편 7일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에서 근무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은 신세계면세점측에 고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석용·한남진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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