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수출·협력 MOU’ 서명

2025-01-09 13:00:05 게재

체코원전 수주 긍정 기대

정국 불안·트럼프정부 변수

한미 양국이 8일(미국 현지시간) 제3국으로의 ‘원자력 수출 및 협력원칙에 관한 기관간 약정’(MOU)을 체결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지난해 11월 MOU에 가서명한 뒤 두달만의 정식 체결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간 약정(MOU)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 안덕근 산업부 장관,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장관, 앤드류 라이트 에너지부 국제협력 차관보 , 엘리엇 강 국무부 차관보.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MOU는 한국의 산업부·외교부와 미국의 에너지부·국무부간 체결했으며,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 임석하에 진행됐다. MOU는 한미양국이 철저한 비확산, 원자력 안전기준 준수 원칙을 전제로 양국기업이 세계 원전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독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은 MOU 체결 뒤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70년 넘게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협력의 초석은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 안보, 안전조치 및 비확산 기준에 따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국의 헌신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번 MOU는 양국의 오랜 파트너십에 기반하고 있다”며 “민간 원자력기술에 대한 양국의 수출통제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제3국의 민간 원자력발전 확대를 위한 양국간 협력의 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원자력분야의 새로운 기술 등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경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이번 MOU 서명이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서 향후 글로벌시장에서 호혜적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정부가 민간의 ‘팀 코러스’(KORUS·KOR-US) 차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치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MOU는 체코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 분쟁 해소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이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자국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한수원의 수출을 저지해왔다. 한수원은 체코측 요구에 따라 APR1400의 용량을 줄여 ‘다운사이징’한 APR1000을 체코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수원은 그간 APR1400이 국산화를 이룬 설비로 제3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펴왔다. 다만 체코원전 건설사업의 최종 계약 시한이 3월까지인 상황에서 국제분쟁 소지를 없애는 일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고 협상테이블에서 분쟁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조단위 로열티 혹은 일감을 주고, 향후 다른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내용의 합의안 도출이 추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팀 코리아’ 대신 ‘팀 코러스’로 제3국 원전시장에 진출하면 한국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은 독자 진출보다는 적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수원은 세계 에너지 안보 우려 대두, 인공지능(AI) 붐이 낳은 전력난 등에 따라 한때 위축된 원전시장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소모적 분쟁에 에너지를 빼앗기기보다 커지는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것이 장기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여기고 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환경 변화가 정부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팀 코러스’ 협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12.3 내란사태 영향으로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고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 동력이 눈에 띄게 약화한 상황이다. 미국 쪽에서는 이달 출범할 트럼프 신정부가 바이든행정부가 종료 직전 체결한 법적 구속력없는 일종의 ‘약속’을 이어받을지 여부도 변수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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