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위험↑…금리 인하 늦춰야"
12월 FOMC 의사록,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우려
여러 위원들 금리동결 주장 … 국채금리 최고치 ↑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위험에 우려를 표하며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 천천히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인하 결정 매우 아슬아슬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공개된 작년 12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재반등 가능성 등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라는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민 및 무역정책의 변화에 따른 잠재적인 영향을 살피고 이는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기에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매우 아슬아슬 (closer) 했다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FOMC 통화정책 결정이 만장일치였던 것과 달리 이때는 햄맥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또 의사록에서도 대다수 (the vast majority)는 금리 인하를 지지했지만, 일부 (some) 위원들이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고 나오면서 햄맥 연은 총재뿐 아니라 투표권을 보유하지 않은 다른 연준 위원들도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점은 높아진 물가 우려 때문”이라며 “무역 및 이민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문제, 완화적인 금융시장 환경, 그리고 강한 가계의 소비 등으로 대부분의 (almost all) 참여자들은 물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원들은 정책금리가 9월에 비해 중립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는 통화정책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상당수의 위원들은 현재의 통화정책이 의미있는 수준으로 제약적인 상황이라며 향후 정책은 발표되는 경제지표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높으며 인플레이션 목표 연율 2% 달성은 2027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0.50%p 금리인하)을 시작으로 작년 11월 회의(0.25%p 인하)에 이어 12월 회의까지 3회 연속 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갔다. 작년 9월 금리 인하 개시 이전 5.25~5.50%였던 미 기준금리는 세 차례 인하로 1%p 낮은 4.25~4.50%로 낮아졌다.
연준 위원들은 작년 12월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2025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0.25%p씩 총 4회 금리인하에서 2회 인하로 줄이면서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 확대 =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4.73%를 뚫었다. 지난해 4월 25일 이후 최고치다.
30년물 금리도 장중 4.968%까지 오르며 지난 2023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 국채 금리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정부 지출 증가,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촉발될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시장이 반영한 결과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새로운 관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가 나온 후 한때 4.73%을 넘어서며 최고치로 올라섰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로 인한 시장 금리 상승이 뉴욕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원 "단기적으로는 10일에 예정된 고용보고서, 이후 트럼프 취임(20일) 그리고 1월 FOMC(28일) 등을 소화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미 증시는 보합권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뉴욕 시장 오후 시간 전장 대비 0.42% 오른 109를 기록하며, 앞서 2일 기록한 2년 만에 최고치 109.58에 바짝 다가섰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